장마 때면 상습침수 '강남역' 오명 벗었다'…물폭탄에도 '이상무' 왜?

교대역~반포천 1.3㎞ '유역분리터널' 시범운영 효과

서울 강남역 11번출구 인근에 하수 역류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 등이 설치돼있다. 이 지역에서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하수가 역류해 보행도로가 침수됐다. 2020.8.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권진영 기자 = "장마철에는 발목까지 비가 들어차서 쓰레받기로 물을 퍼냈어요. 그 정도 물난리는 몇 년 새 없네요."

14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한 황모씨(58)는 발목 옆에 손을 갖다 대며 이같이 말했다.

황씨는 "어제처럼 폭우가 내린다고 해도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며 "과거엔 버스 정류장에 물이 차올라서 퇴근길에 일대가 막히기도 하고 매장이 정전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비만 오면 '물난리' 강남역 올해는 '이상 무'여름 장마철 '물난리'로 몸살을 앓던 강남역이 오명을 벗었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한 주요 배수시설 설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 시내에서 손에 꼽히는 침수 취약 지역이었다.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 지형에 경사 방향을 잘못 시공한 인근 하수관 문제로 장마철마다 빗물이 역류하거나 도로에 물이 고여 출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남역에서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57·여)는 "(비가 내리면) 계단으로 물이 내려왔다"며 "장사를 못 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2020년 8월 서울에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자 강남역 인근에서는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거나 흙탕물이 길을 뒤덮기도 했다. 차량이 도로에 고인 빗물을 가르며 주행하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이어졌다.

그러나 전날(13일) 서울에 평균 114㎜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이날 오전에 찾은 강남역 인근 30여개 매장과 역사 내부는 빗물 역류나 침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남구 직장인 양모씨(39·여)는 "어제(13일)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일부러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는데 걱정한 것과는 달리 도로 사정이 불편하지는 않았다"며 "전에는 도로에 물이 넘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탄천공영주차장 자전거도로 일부가 침수돼 있다. 2018.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강남 빗물 하천으로…'유역분리터널' 설치

강남역이 침수 취약 지역이란 오명을 벗게 된 건 서울시가 2015년 종합 배수 개선 대책을 마련한 덕분이다. 당시 서울시가 설치를 추진한 '유역분리터널'이 지난해 6월부터 시범운영에 돌입, 침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역분리터널은 교대앞역에서 반포천 사이 1.3㎞ 구간에 직경 7.5m 규모로 이어진 방재시설이다. 강남 일대 상습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서울 시내에 1개뿐인 시설물이다. 오는 9월 준공 이후부터는 집중호우 대응에 본격 활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하류 부근 높이가 약 1.8m 더 높았던 강남역 인근 하수관 흐름을 개선한 점도 침수 피해를 크게 개선했다. 강남역 삼성사옥 인근 하수관로는 사옥과 강남역을 연결하는 지하보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류측이 더 높은 역경사로 시공돼 침수를 가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유역분리터널을 시범운영하고 있다"며 "강남 일대에 모일 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 장마철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이 관통돼 있다. '반포천 분리터널 공사'는 서울시의 '강남역 일대 및 침수 취약지역 종합배수개선대책'에 따른 공사다. (호반산업 제공) 2020.12 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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