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경찰, 검찰 독점적 권력에 문제 제기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자료사진.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국가수사시스템을 확립하고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권력화돼 있는 검찰권력을 통제하고 검경 수사권 분점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경찰과 한국형사법학회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제시됐다.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현 체계는 단순 지휘를 넘어선 강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경찰이 검찰을 전혀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제안된 총 140개 국정과제 중 '공권력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138번째 과제로 포함됐으나 제대로 진행된 것은 없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1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에서 열린 경찰청과 한국형사법학회 공동주최 세미나에서 국가 수사시스템 설계와 관련한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단계에서 검경간 역할 변화를 모색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등 지나치게 경찰화돼 있어 기소기관으로서의 본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검사들이 매달려 있는 수사에서 손을 떼고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위해 공소유지 역량을 높이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 검찰을 2차적·보충적 수사기관으로 나눠 검찰은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와 공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규정한 일본의 모델이 현실성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체포·구속영장 등 청구 권한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허가청구권이 검사에게 독점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검사에 의한 경찰 수사지배를 강하게 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서 교수는 "검찰이 경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하면 신병확보가 안돼 수사 진행이 어려워진다"며 "헌법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검찰은 형식적인 심사를 통해 법률규정 위반 여부만 판단해 자동적으로 법원에 영장청구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기각하는 경우 법원에 당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준항고제도'를 도입해 검사의 자의적 영장 기각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에 토론에 참여한 김봉우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문제 해결은 수사 주체로서 조직의 논리가 아닌 수사기능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수사기능을 나누기보다는 한쪽에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이되 그에 따른 부작용은 다른 독립적 감독 기관을 둬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소제도 운영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두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고소는 제3자가 하는 고발 및 자수와 더불어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알리는 통로로서 기능하고 있어 형사 실체법 부분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일본과 비교해 2010년 기준으로 총 피고소인원이 55.2배, 인구 10만명 당 피고소인원 비율은 146.4배에 달해 고소제도의 남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수사기관은 업무부담이 커지고 국가수사력이 낭비되며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출석과 증거자료 준비 등으로 시간 낭비가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결방안으로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범위 확대, 고소심사반려제도의 활성화, 제3자적 기관에 의한 상담제도 도입, 무혐의 종결사건 등에 대한 일괄송치제도와 불송치특례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집중된 검찰 권한 견제와 균형원리를 통한 권한 분산 방안, 고소남용으로 인한 수사력 낭비를 초래하는 고소제도 개선 방안 등 2개 주제로 진행됐으며 학계 및 현장 경찰관, 일반시민 등 15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해도 이미 국민의 신뢰가 부족해 공정한 수사, 정치적 중립 등 평소 경찰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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