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통령 비자금 관리" 거액 가로챈 특전사 출신

청와대 경호실 파견 경력 이용해 "경제팀서 근무"
2배 이상 대가 지불하겠다더니 1억5000만원 '꿀꺽'
경찰, 사기 등 전과 12범 50대男 구속…"공범 수사"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관리에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김모(59)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9년 11월25일 강남구 대치동의 한 커피숍에서 이모(79)씨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전사 출신인 김씨는 지난 1976년 청와대 경호실에 파견돼 3년여간 근무했던 경력를 이용해 이씨에게 자신이 청와대 경제팀에서 근무했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으로 받은 자기앞수표 박스 등과 금괴, 구권화폐 등을 목포, 부산 등지에 있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고 액수는 수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비자금 관리를 위해 창고 보관, 비자금 이동 경비 등이 필요하다. 1억5000만원을 빌려주면 두 배 이상의 대가를 지불해주겠다."고 속여 이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

대위로 예편한 이씨는 세관 등에서 일해 비교적 공직생활에 눈이 밝았지만 500만원권과 850억원권의 자기앞수표를 가지고 다니는 김씨의 모습과 언변 등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 결과 사기 등 전과 12범인 김씨는 청와대 경제팀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이씨에게 말한 창고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받은 돈 중 1억원을 윗선에게 전달했다"는 김씨의 진술에 따라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