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뭉치 찾아준 '고마운 청년'…도둑 몰릴뻔
돈 분실한 주인 '누가 돈 훔쳐갔다' 신고
경찰 "욕심 안내고 돈 찾아준 고마운 청년"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13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모(28)씨는 지난달 30일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주웠다.
이날 출장길에 올라 시간이 촉박했던 김씨는 일정을 마친 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봉투를 가방에 넣어둔 채 강원도로 향했다.
이후 김씨가 열어본 봉투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 뭉치가 가득했다. 자그마치 현금 7600만원이었다.
3박4일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김씨는 지난 3일 구로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습득물 신고 방법을 문의했다. 돈을 주운 구로역이 구로경찰서 관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습득물 신고가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퇴근 뒤 집 근처인 성동경찰서를 찾아 돈을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철도사법경찰관으로부터 "돈을 주웠으면서 왜 신고를 안했느냐"는 내용의 황당한 전화가 왔다.
돈 주인 이모(48)씨가 봉투를 잃어버린 날 철도사법경찰관을 찾아가 분실물 신고가 아닌 도난신고를 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전동차에서 돈을 놓고 내린 것을 까맣게 잊고 '누가 돈을 훔쳐갔다'고 오인신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성동경찰서를 찾아 돈을 맡겼고 얼마 안 있어 이씨는 돈을 찾아가며 김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야채 도매상인 이씨는 시장에서 수금한 돈을 가지고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중 봉투를 전동차에 놓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철도사법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 구로경찰서에 습득물 신고 문의을 했던 사실이 확인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까지 직접 대주고 있으면서도 욕심을 내지 않고 돈을 찾아준 고마운 청년"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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