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맞은 팽목항, 전국 각지에서 발걸음

"가족들 마음 아프게 할까봐 방문도 조심스러워"
"직접 현장 찾아 가족들과 함께 아픔 나누고 싶어"

(진도=뉴스1) 성도현 최동순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8일째이자 휴일인 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14.5.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첫 날인 3일, 진도 팽목항에는 평소보다 많은 일반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진도 방문 자제 움직임에 따라 진도로 향하는 외부인의 발길이 줄었지만 연휴를 맞아서는 직접 진도를 찾아 슬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고 몇몇은 애인과 함께 팽목항을 찾았다.

한 노부부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아무말 없이 서 있기도 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이들의 얼굴빛은 그만큼 어두웠다.

광주에서 왔다는 유모(47)씨는 직접 현장을 보고 돌아가 필요한 게 있으면 개인적으로라도 지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씨는 "가족과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며 "언론에서 알려진 것을 넘어 가족들의 모습을 직접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5시간동안 쉬지 않고 왔다는 김상헌(50)씨는 "지인들의 조문을 가는 것처럼 이번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도 재난 현장의 아픔을 전해주고 싶었다"며 "지역 분향소보다는 현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족들이 아픔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며 위기 때 단합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의 문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온 김모(50)씨는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마음이 안 좋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직접 가서 추모하자'는 그의 제안에 아들 김모(17)군은 선뜻 따라나섰다.

그들은 울산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해 진도체육관과 진도 향토문화회관 합동분향소를 들러 오후 4시쯤 팽목항에 도착했다.

김군은 "나도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이라 사고 소식을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이제야 시간이 돼 와보게 됐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온 양모(56)씨는 두 아들과 딸, 그리고 부인과 함께 팽목항을 방문했다.

그는 "한 번쯤은 직접 가서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가족끼리 시간이 맞지 않아 못왔었다"면서 "마침 연휴가 시작돼 다 같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직장인 김모(32)씨는 여자친구와 오랫만에 휴일 일정을 맞췄지만 다른 계획을 제쳐두고 팽목항에 왔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적인 슬픔이라 한번 와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찾는 것도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하며 조심스러워하기도 했다.

dhspeop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