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헬기 사고, 이틀째 조문객 발길 이어져(종합)
그룹 고위급 임원·동료·유족 등 조문 행렬
김영기 LG 부사장 "회사 최선 다해 유족 돕겠다"
피해보상, 사고처리 등 LG그룹 내부 논의 진행
- 이후민 기자, 서미선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서미선 기자 = 16일 오전 발생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로 사망한 헬기 기장 박인규씨(57)의 빈소. 2013.1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figure>16일 발생한 헬기 충돌사고로 숨진 기장 박인규씨(57)와 고종진씨(36)의 빈소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지 이틀 째인 17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LG그룹 고위급 임원들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이영하 LG전자 사장과 김영기 LG그룹 부사장이 수행원 등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이 사장은 11시50분께 박 기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한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고 부기장의 빈소는 방문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12시께 박 기장의 조문을 마치고 나와 3층으로 이동해 고 부기장의 빈소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 부사장은 "마음이 너무 슬퍼 할 말이 없다"며 "회사는 최선을 다해 유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을 만난 김 부사장은 "비통에 쌓여 있다.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LG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조문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보상 논의를 진행하는 주체들은 아니고 LG그룹 차원에서 주체가 돼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건 부사장은 사망자와 아파트 주민 피해보상 등에 관한 내부협의를 본사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이나 사고처리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LG그룹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만 하루가 지났지만 헬기에 탑승하려던 것으로 알려진 안승권 LG전자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은 빈소를 방문하지 않았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원 관계자들이 추락한 헬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한편 군인시절 고인들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도 군복 차림으로 빈소에 발걸음을 옮겼다.
빈소를 찾은 한 중령은 "평소 고인을 알고 있던 동료로서 조문왔다"며 "함께 온 분들은 제대하신 분들이고 예전 부대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헬기 결함 등 의혹이 제기된데 대해서는 "군인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짤막히 답했다.
모 대기업의 민간헬기를 모는 기장 이모씨(43)는 빈소를 찾아 "대기업 민간 헬기는 숙련된 사람 아니면 들어가기 어렵다"며 "박 기장은 실력에서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고 말했다.
박 기장의 14년차 후배라고 밝힌 최모씨는 "슈퍼컴퓨터가 기상 예보를 해도 맞지 않는데 조종사가 날씨를 예보할 수 없다"며 "자료 보고 (비행 여부를) 결정하는데 예보와 달리 부분적으로 기상이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LG전자 장례지원단 직원과 기업 관계자 등이 유가족들의 장례 절차를 돕는 한편 취재진의 빈소 접근을 통제했다.
고인들의 빈소 입구에는 영정사진 옆에 가족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놓여 있었다. 박 기장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이 접착 메모지에 고인을 향한 메시지를 적어 둘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됐다.
30여개의 메모지에는 주로 박 기장의 딸(23)과 아들(22)의 친구나 선후배들이 "하늘에서 편안하세요", "명복을 빕니다", "사랑합니다"고 적은 메시지가 담겼다.
고 부기장의 빈소에는 가족사진 위로 접착 메모 여섯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고 부기장의 조카들이 쓴 메모에는 "자상하고 좋았던 삼촌,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어", "삼촌 수능 끝나고 같이 얘기하고 싶었는데" 등이 쓰여 있어 아쉬운 마음이 묻어났다.
이날 오후 11시가 넘도록 유족과 그룹 관계자 등 20여명이 빈소를 지켰다.
고인들의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19일 오전 발인 예정이다. 박 기장은 국립대전현충원, 고 부기장은 국립이천호국원 등에 안장된다.
앞서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은 16일 오전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기 위해 잠실 선착장으로 향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헬기는 이륙 8분 만인 8시54분께 38층 건물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부딪혀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고 부기장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 기장은 공군사관학교 26기 예비역 중령으로 공군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박 기장은 이 헬기 기종만 2759시간을 운행한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고 부기장은 공사 48기 예비역 소령으로 공군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2월 LG전자에 입사해 선임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총 비행시간은 3310시간이다.
hm334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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