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조종사들, 자녀 끔찍히 사랑한 가장들"

2명 똑같이, 부인과 슬하에 두 자녀 두고 떠나
"박인규 기장, 아들 항공대 보낼 정도로 애정"
고종진 부기장 세례명, 아버지란 뜻의 '요아킴'

(서울=뉴스1) 박응진 류보람 민경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에 LG그룹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16일 헬기 충돌 사고로 숨진 LG전자 소속 헬기 기장 박인규씨(57)와 부기장 고종진씨(36)의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유족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사고는 하루 아침에 두 가장의 생명을 앗아갔다. 박 기장은 딸(23)과 아들(22)을, 고 부기장도 딸(4)과 아들(2)을 슬하에 뒀다.

박 기장의 친구 김종찬씨(57)는 박 기장이 아들을 항공대에 보낼 정도로 자녀들과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을 항공대에 보낼 정도로 자기 일에 엄격하고 사명감이 투철하던 친구였다"며 "사고가 날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 말 끝을 흐렸다.

고 부기장의 빈소에서는 타령처럼 구슬픈 연도(카톨릭의 위령 기도)가 흘러나왔다. 4남3녀 중 막내인 그는 군대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고 아버지라는 뜻의 '요아킴'을 세례명으로 받았다.

빈소 앞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던 고 부기장의 처형은 "형제 부인들과도 더 할 나위 없이 잘 지내고 반듯한 가장이었다"며 "젖먹이가 딸린 동생은 지금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주를 맡은 박 기장의 아들은 몰려드는 취재진을 외면한 채 빈소를 지켰다. 가끔씩 보이는 눈물로 무너지는 심정을 전할 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빈소 앞에는 고인들이 졸업한 공군사관학교에서 보낸 화환 등이 늘어섰고 LG전자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고인들의 장례는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19일 오전 발인 예정이다. 박 기장은 국립서울현충원, 고 부기장은 국립이천호국원에 안장된다.

앞서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은 이날 오전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기 위해 잠실 선착장으로 향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헬기는 이륙 8분 만인 8시54분께 38층 건물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부딪쳐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고 부기장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 기장은 공군사관학교 26기 예비역 중령으로 공군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박 기장은 이 헬기 기종만 2759시간을 운행한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고 부기장은 공사 48기 예비역 소령으로 공군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2월 LG전자에 입사해 선임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총 비행시간은 3310시간이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