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원 수사 증거인멸 디가우징 없었다" (종합 2보)
"개인파일 포함 특정영역 정리하려 한 것"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 실무진에게 사건을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3.5.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figure>'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디가우징은 없었다"며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소속 사이버분석팀장 A경감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A경감이 경찰 수뇌부의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이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내부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관련 보고 문건 등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파일이 복구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인 '디가우징' 방식으로 파일을 삭제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디가우징' 방식은 강력한 자력을 이용해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폐기시키는 삭제 기술로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 방식으로 파일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6일 "수사관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일부 파일을 정리한 건 사실이지만 알려진 것 같은 디가우징 같은 건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A경감이 기존에 삭제한 파일을 복원할 수 없도록 하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드디스크 일부 영역을 인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관련 수사 정보가 일부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경감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감이나 되는 사람이 관용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상부 지시라고 삭제했겠나"라면서 "지워진 수사관련 파일이 있어도 다른 직원들 컴퓨터에도 있는 것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일삭제 시기가 압수수색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증거인멸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5일 오후 2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재소환해 12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도록 서울경찰청 간부들에게 지시한 적이 있는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거나 수사 결과를 축소 발표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수사실무진에게 부당한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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