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사망 여고생 母 "소년범, 흉기·휘발유 준비…신상 공개도 안돼" 울분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지난 성탄절 당일 경남 사천에서 또래 남학생에게 살해당한 여고생의 엄마가 가해자에 대한 엄벌탄원서 작성을 호소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가해자인 A 군(16)은 지난달 25일 오후 사천시 사천읍의 한 아파트 도로에서 B 양(16)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군은 지난 2021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서 B 양을 알게 된 이후 4년여간 연락을 이어오다 올해 들어 연락이 줄어든 B 양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군과 B 양은 서로 교제하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A 군은 B 양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 군은 B 양에게 연락하다 올 4월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의심해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뒤 흉기와 휘발유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등 수개월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
A 군은 범행 10여일 전 B 양에게 성탄절에 만나자고 제안하고 주소를 물어 B 양의 거주지를 확인했다.
이후 A 군은 범행 당일 흉기와 휘발유 등 준비한 범행 도구를 챙겨 자신이 거주하는 강원도 원주에서 버스를 타고 사천까지 이동했다. 휘발유는 범행 후 분신을 시도하기 위해 챙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A 군은 범행 당일 B 양의 거주지 아파트 주변에서 기다리다가 '줄 게 있다'며 B 양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한 후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에는 흉기로 자해를 시도해 경상을 입기도 했으나, 경찰은 A 군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보고 병원 치료 뒤 긴급체포했다.
B 양의 엄마 C 씨는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딸의 죽음을 알리고 원통한 심경을 전했다.
C 씨는 "크리스마스에 칼과 손도끼를 지참한 남학생에게 사랑하는 제 딸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가 매년 지옥이 됐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C 씨는 "가해자는 딸을 살해할 목적으로 원주에서 사천까지 먼 거리를 왔으며, 사전에 치밀하게 칼, 도끼, 휘발유 등을 준비했다"며 "딸은 오히려 가해자가 걱정돼 터미널에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으나 살인을 마음먹은 가해자는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기 위해 집 앞으로만 오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채팅으로만 대화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여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려 했던 것이었으나 가해자는 결국 집 앞으로 찾아왔다. 아무것도 몰랐던 제 딸은 미안한 마음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며 사건 당일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의 나이는 법에서 정하는 소년범일 뿐 살인해선 안 된다는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는 나이 또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을 범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가해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15년 정도라고 한다. 더군다나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상 공개도 안 되는 상황이며 최대 15년 형을 선고받고도 출소한다면 30대 초반일 뿐이다. 심신 미약 등을 주장하게 된다면 형량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C 씨는 "딸을 먼저 보낸 엄마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가해자가 최대한 무거운 처벌을 받아 딸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게 끝까지 싸우는 것밖에 없다. 저는 사랑하는 제 딸의 엄마로서 끝까지 싸워 불쌍한 딸이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하겠다"며 누리꾼에게 엄벌탄원서 작성을 부탁했다.
경찰은 현재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A 군을 상대로 심리 분석 등 보강 수사를 한 뒤 그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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