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반찬 없나" "픽업 시간 애매한데"…음식 기부한 자영업자 '허탈'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음식을 기부하려 동사무소를 찾았다가 기부자들의 행동에 허탈감을 느꼈다.
지난 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음식 기부하려고 동사무소 문의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반찬 기부하려고 동사무소에 조손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이 힘든 가정을 연결해 달라 문의했는데 오늘 처음 오신 분들 보니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모두 애 둘씩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신듯한데 다들 몸 불편한 곳 전혀 없이 젊고, 운전해서 오셨다"라며 "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데 한 분은 퇴근할 때 픽업 시간이 애매하다는 둥 어떤 분은 다른 반찬을 먹고 싶다는 뉘앙스로 얘기하셨다"고 전했다.
A 씨는 "다들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 가지러 오시기로 했다"며 "속으로 내가 생각한 기부는 노인분들처럼 정말 음식이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었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동사무소에서 무작위로 연결해 주는 거냐? 담당자에게 바꿔 달라고 해야 할까 싶다. 반찬 드리면서도 자괴감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은 "기부 멈춰라. 있는 멘탈도 날아간다", "안 하셨으면 한다. 자세히 알면 하기 싫어질 것", "주민센터 복지과 썰 보면 아마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것", "요즘 저소득이 저소득이 아니다. 진짜는 무료 급식소 운영하는 분을 찾아봐라", "저도 실망 많이 했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실 사람들이다. 기존에 하시던 곳 아는 거 아니면 하지 마라", "저도 직접 음식 기부해 봤는데 속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잘 살고 넉넉해 보여서 허탈했다" 등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 자영업자는 음식 무료 나눔 뒤 감사 인사 받은 사례를 전하며 "뭘 바라고 하면 못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자영업자에 따르면 한 손님은 요청 사항에 "지난 주말에 음식 무료 나눔 받은 사람이다. 아이들하고 배불리 잘 먹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자영업자는 "아직도 이 요청 사항을 가게에 보관하고 있다. 저렇게 감사해하는 분이 계신다"라며 "4~5년간 무료 나눔해왔는데, 3~4번 정도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봤다. 그 말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지금도 음식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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