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무법지대' 사설 서버 만들어 후원금 받은 남성[사건의재구성]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1억 2801만 2908원. 1년 5개월 동안 A 씨(28)가 게임 속 무법지대인 불법 '사설 서버'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돈이다.

지난 2022년 5월, A 씨는 한 유명 게임의 프로그램 중 일부를 변경하면 다른 서버로 우회 접속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A 씨는 '사설 서버'를 개설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서버를 홍보하며 서버 이용자들에게 게임 아이템을 지급했다.

A 씨가 개설한 사설 서버는 게임 운영사가 구축해둔 보호장치를 해제한 상태였다. 사설 서버에서 손쉽게 아이템을 얻은 이용자들은 A 씨에게 후원금을 지급했다. A 씨는 문화상품권 핀 번호를 건네받는 방식으로 후원금을 받아 수익을 올렸다. 게임 운영사가 승인하지 않은 게임을 제작, 배급, 제공, 알선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그는 사설 서버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에게 서버를 제작해주겠다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SNS에 서버를 제작해준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돈을 먼저 입금해주면 작업해서 원격 접속을 통해 설치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돈을 받더라도 서버를 제작해줄 생각이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개발 비용 명목으로 총 7번에 걸쳐 116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1심 법원이었던 서울서부지법의 형사9단독 강영기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사설 서버를 운영해 올린 수익금을 추징하고, 사기 피해자에게 16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강 부장판사는 "온라인 게임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타인이 노력해 이룬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것이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범행 기간이 짧지 않고 범행 수익도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원심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이현우)는 1심 판결보다 감형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수익금 추징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사기 피해자에게 160만 원을 형사공탁을 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