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켜준 여러분 위해"…'비정차' 국회의사당역서 멈춘 기관사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한 기관사가 정차역이 아닌 '국회의사당역'에 정차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반대 85표·기권 3표·무효 8표로 가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후 5시쯤 가결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하나둘 귀가하기 시작했다.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귀가 중이던 A 씨는 오후 6시 39분 엑스(X·옛 트위터)에 "기관사님 멘트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며 그 멘트를 공유했다.
A 씨에 따르면, 기관사는 "승객 여러분, 저희 열차는 김포공항행 급행열차로 국회의사당 역을 들르지 않게 돼 있습니다만 대한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국회의사당역에 들렀다가 가도록 하겠다"고 안내했다.
A 씨는 "이게 민주주의다. 멋대로 정차하면 페널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다 감수하고 비 정차역에 멈춰서 사람들을 귀가하게 해주겠다는 점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사님도 마음만큼은 모두와 함께 그곳에,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민주주의를 가슴에 (품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 B 씨도 6시 37분 엑스에 9호선 기관사의 이 같은 안내 방송을 들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서울교통공사에 이 기관사님 칭찬하는 글 써서 작은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당신 덕분에 제가 안전한 귀가를 했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너무 따뜻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연대를 하는 이 사람들 어쩌면 좋나", "국회의사당역에서 타서 일반 열차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급행이었다", "온 국민이 다 함께 이뤄낸 민주주의에 박수를 보낸다" 등 감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7일에도 비슷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한 누리꾼에 따르면 9호선 기관사는 "소중한 주말 시간 할애해 시위 가시는 여러분께, 날씨가 많이 춥다. 따뜻한 옷 챙겨 입으시길 바라며 차가운 바람이 여러분들의 촛불은 비껴가길 바란다. 파이팅입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만원 지하철' 객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다만 같은 기관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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