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충암고 후배' 이상민 물러난다…두번째 탄핵위기·최장수 장관 기록
장관 탄핵 표결 앞두고 사의 표명…대통령, 즉시 재가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탄핵 위기…이번엔 '계엄' 가담 의혹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5일 만에 사의를 표명,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장관은 이번 계엄 사태로 유례없는 두 번째 '장관 탄핵' 위기에 놓인 뒤 윤석열 정부 '최장수 장관'에서 '탄핵 위기 장관'의 오명을 쓰고 퇴장하게 됐다.
행안부는 8일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됐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제 행안부 장관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장관의 사임 표명은 10일 표결에 부쳐질 탄핵소추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지난해 2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이 의결한 이후 이번 계엄 사태로 또다시 탄핵 위기를 맞았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의 정상적 진행을 왜곡, 불법 계엄을 옹호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뿐으로, 이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동문인 '충암파'다. 또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로, 관가에선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전에도 이 장관이 '충암 라인'인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며 '충암고 출신들이 비상계엄 사태를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4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6시쯤 KTX 안에서 이번 계엄을 건의한 김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30초가량 전화를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행안부는 "통화 내용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것이 전부"라며 "이 장관이 계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라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계엄 전 '충암고 출신끼리 모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후 5시40분쯤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오후 9시쯤 비행기로 상경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바꿔 오후 8시 넘어 서울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당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행위", "헌법상 권한 행사"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두둔하기도 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회를 제대로 봉쇄하려고 했으면 못 했겠나"라고 발언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2022년 5월 취임, 윤 정부 내 최장수 장관이다. 앞선 탄핵 절차로 직무가 정지된 167일을 고려해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재임 기간이 비슷하다.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지난해 2월 8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국회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무위원·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탄핵소추안 의결과 동시에 업무가 중지된 이 장관은 같은 해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통해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장관은 당초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 연말이나 연초쯤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었으나 이번에 두 번째 탄핵 위기를 겪고, 자진 사임하게 됐다. 이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향후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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