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충암고 후배' 이상민 물러난다…두번째 탄핵위기·최장수 장관 기록

장관 탄핵 표결 앞두고 사의 표명…대통령, 즉시 재가
이태원 참사 책임으로 탄핵 위기…이번엔 '계엄' 가담 의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5일 만에 사의를 표명,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 장관은 이번 계엄 사태로 유례없는 두 번째 '장관 탄핵' 위기에 놓인 뒤 윤석열 정부 '최장수 장관'에서 '탄핵 위기 장관'의 오명을 쓰고 퇴장하게 됐다.

행안부는 8일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됐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제 행안부 장관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장관의 사임 표명은 10일 표결에 부쳐질 탄핵소추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지난해 2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이 의결한 이후 이번 계엄 사태로 또다시 탄핵 위기를 맞았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의 정상적 진행을 왜곡, 불법 계엄을 옹호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뿐으로, 이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동문인 '충암파'다. 또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로, 관가에선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전에도 이 장관이 '충암 라인'인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며 '충암고 출신들이 비상계엄 사태를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4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6시쯤 KTX 안에서 이번 계엄을 건의한 김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30초가량 전화를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행안부는 "통화 내용은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것이 전부"라며 "이 장관이 계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라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계엄 전 '충암고 출신끼리 모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충암고끼리 모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후 5시40분쯤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오후 9시쯤 비행기로 상경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바꿔 오후 8시 넘어 서울에 도착한 뒤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당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행위", "헌법상 권한 행사"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두둔하기도 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회를 제대로 봉쇄하려고 했으면 못 했겠나"라고 발언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2022년 5월 취임, 윤 정부 내 최장수 장관이다. 앞선 탄핵 절차로 직무가 정지된 167일을 고려해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재임 기간이 비슷하다.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지난해 2월 8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국회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무위원·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탄핵소추안 의결과 동시에 업무가 중지된 이 장관은 같은 해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통해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장관은 당초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 연말이나 연초쯤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었으나 이번에 두 번째 탄핵 위기를 겪고, 자진 사임하게 됐다. 이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향후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