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수돗물맛 괜찮네"…17년간 '648만 가구' 수질 안전 검사

탁도·잔류염소·pH·철 측정 '안전 보증'…찾아가는 무료 서비스
10분 내 검사 완료…평일 저녁 9시까지·공휴일에도 가능

아리수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안 나네요. 안심하고 음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맛이 없다'니. 음식이 받을 수 있는 최악의 평가다. 그러나 그 대상이 수돗물이라면 어떨까. 이 시대에 '무색무취'가 허용되는 몇 안 되는 대상이 물 아닐까.

서울시가 17년째 시행하고 있다는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신청하자 낯선 이들이 공구함을 들고 집에 들이닥쳤다. 물론 집주인과 사전에 약속한 뒤였다.

"아리수 검사하러 왔습니다."

짧은 한마디와 함께 이들은 대뜸 부엌으로 몰려가 수돗물을 틀고 공구함을 펼쳤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기기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검사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방문 검사원들이 작은 컵과 비커 등에 아리수를 담은 뒤 각종 기기를 가져다 대자 기기 화면에 알 수 없는 수치들이 표출됐다. 비전문가로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측정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아리수 품질확인제 점검결과지. ⓒ 뉴스1 박우영 기자

검사원들이 점검결과지를 내밀자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비로소 설명됐다.

"탁도, 잔류염소, pH, 철, 구리 모든 항목에서 기준치 이내를 기록했네요. 녹물도 없고요. 특별한 맛·향도 없어 안심하고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의 탁도는 물이 혼탁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점토, 침니 등 부유물질이 존재하면 물이 탁해질 수 있다. 잔류염소는 물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소독제 잔류농도를 드러내 준다. pH는 물의 산·알칼리상태를 드러내주는 지표다. 물이 지나치게 산성인 경우 치아 건강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철·구리는 수도관의 노후 상태를 드러내주는 지표다. 물에서 금속·소독약 맛 등이 나도 곤란하다.

"모든 항목 기준치 이내를 기록해 2차 검사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검사원들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처럼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아리수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 뉴스1 박우영 기자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8년 아리수 방문점검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이후 올해까지 17년간 647만 8000번 가정집을 방문해 수질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급수 환경 개선 등이 필요했던 8320가구에는 수도관 교체, 물탱크 청소 등의 조치를 했다.

특히 올해는 가정집뿐만 아니라 SH공사 임대아파트 2만 7000곳, 어르신 복지시설 5000곳, 유치원·어린이집 8000곳 등 건강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을 발굴해 수질검사를 했다.

평일 수질검사가 어려운 가구를 위해서는 평일의 경우 오후 9시까지, 공휴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찾아가는 수질검사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올해에만 총 20만 3000번 방문점검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울시가 8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수질검사 후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수돗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총 100만 건의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방문점검 서비스는 희망하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120다산콜재단이나 관할 수도사업소, 서울아리수본부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된다. 검사 결과와 개선 방안은 현장에서 바로 안내한다.

한영희 서울아리수본부장은 "'아리수 품질확인제'는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시작한 수돗물 품질 관리 서비스"라며 "두 눈으로 직접 아리수 품질을 확인하고 믿고 마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