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인정 제한 "안보·공공질서에 필요" vs "난민협약 위반"

법무부,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9월 정부안 국회 제출
"일부 난민 일탈 일반화 우려…안보·질서 잣대 사용 조심해야"

법무부는 19일 고려대학교에서 난민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열고 법무부 입법 취지 발표와 집중토론을 통해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 좌장은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셋째)가 맡았다. 2024.11.19./ⓒ 뉴스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쳤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난민 인정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난민법' 개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난민 관련 단체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법무부는 19일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난민법 개정안 입법공청회'를 열고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지난 9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난민법 개정안, 난민 인정 제한 조항 신설…취소·철회도 가능

개정안은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쳤거나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난민 인정을 제한하고(법 19조 5항 신설), 난민 인정 결정 이후에 인정 제한 대상이었다고 밝혀질 경우 그 결정을 취소·철회하는 규정(법 22조 1항 2호 및 2항 7호)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인정 결정 전 국외에서 테러 등 범죄 경력이 확인될 경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해마다 난민 신청 건수는 꾸준히 늘어왔고 올해는 1만 9000여 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헌재까지 총 난민 신청 수 중 인정 비율은 2.7%로 20~30%대를 보이는 해외와 비교하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공청회 주제 발표에서 "난민법 시행 이후 형사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건은 총 9394건으로, 난민 불인정에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러 징역 14년이 선고받고 마약 유통 적발 사례도 있다"면서 "난민법상 난민 신청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했지만 범행이 있다면 이를 그대로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곤혹스러운 점이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미국, 유럽의 경우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로 불가피한 경우 난민 체류를 불허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특히 중대한 범죄가 있는 경우 난민을 불인정하거나 취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난민법 개정은 국가안보와 공공질서 해치는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덧붙였다.

난민협약 위반 vs 안전장치 필요 의견 팽팽

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선 난민법 개정이 난민협약 위반이란 개정 반대입장과 난민제도 오남용으로 위해를 끼치는 문제를 방지할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난민법 개정 반대 측 김진 사단법인 두루 외국변호사는 "현행 난민법 19조는 난민 인정 배제조항인 난민협약 1조 F항을 적용한 것이지만 법 개정은 이 배제조항을 넘어 출입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며 "난민법 개정안은 국내법과 같은 준수 의무가 있는 난민협약을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난민기구도 난민협약 배제조항을 확장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난민 인정 절차의 절차적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호택 사단법인 피난처 대표는 "난민협약의 취지이자 기본 정신은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이는 궁극적으로 배제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 법은 난민 인정자를 포함해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 모두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해친 것으로 강제 송환할 방법이 없다"고 법 개정에 찬성했다.

공청회에선 난민협약에서 난민 인정 요건과 배제 요건을 같이 규정한 것은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사람의 비호권이나 난민 지위를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한 목적을 담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세련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난민협약의 기본목적은 인도적 보호이지만 배제조항을 채택한 것은 중대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난민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협약 본연의 목적이 2차세계대전 이후 중대 국제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송영훈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하는 경우 인정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법무부가 향후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와 위험을 어떻게 판단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생각을 예단하고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을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송 교수는 "난민 일탈을 난민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과 그것을 국가안보와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