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일 걸린 1심, 항소 예고한 이재명…대선 전 대법 확정 날까
공직선거법 첫 판결, 징역1년 집유 2년…李 대권가도 빨간불
법조계, 재판 지연 우려…"증거·증인 채택, 판사 의지 중요"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예고하면서 결국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물론 검찰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 측은 상급심 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는 2027년 3월로 예정된 대선 이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사건 처리 기한을 준수하라고 지시한 상황이어서 내년 중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2개월, 일수로 총 799일 만이다.
1심 선고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21대 대선인 2027년 3월 3일 전까지 대법원이 현재 선고형을 확정한다면 이 대표의 대권 도전은 수포가 된다.
항소심은 이 대표에게 사건의 사실관계를 입증해 확정할 마지막 기회다. 이 대표가 하급심 선고를 뒤집고 무죄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규모 증인 신청 등으로 2심을 사실상 1심으로 되돌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서 2년 2개월 만에 끝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재판 지연' 꼬리표가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1심은 재판부 교체와 이 대표 흉기 피습 등 외부 요인으로 길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자의적으로 국회 국정감사와 22대 총선을 이유로 2번 재판에 불출석한 영향도 있었다. 이를 두고 재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향후 상급심에서 이 대표가 의정활동, 정국 대응 등을 이유로 재판에 빠지거나 공판 기일을 변경하며 재판이 미뤄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정한 재판을 침해당했다며 법관 기피 신청에 나서는 방법도 대응 전략의 하나로 거론된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판사 탄핵 등을 통해 재판부에 압박을 가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은 유력 대선주자를 잃는 일인 동시에 434억 원에 달하는 20대 대선 비용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 차원의 법관 탄핵은 재판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자 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2심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2심 판사들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면 시간을 더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장을 비롯해 3심의 주심 대법관까지 차례로 시도하다 보면 1년은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총 799일이 걸렸다. 지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2018~2023년) 선거법 1심 평균 처리 기간이 약 13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6배 오래 걸린 셈이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1심 6개월, 2심과 상고심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재판 지연 우려가 커지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전국 법원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6개월 이내에 끝내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선거법에 명시된 강행 규정을 지켜달라는 취지다. 이 규정대로라면 이 대표의 선거법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르면 내년 5월 나온다.
A 변호사는 "판사들이 주요 증거 목록을 보고 주장과 요지를 파악해서 증거 채택을 제한적으로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재판 지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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