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다 찍었나…"마사회 홍보에 등장한 경주마, 폐마 목장에 방치"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올해부터 추진된 마사회의 생애주기 말 복지 지원사업 홍보에 등장한 퇴역마 '천지의빛'이 최근 공주시 말 방치 학대 현장에서 발견된 생존마 중 하나로 드러났다.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7일 한국마사회 앞에서 최근 발생한 공주시 퇴역마 학대 방치 사건에 대해 마사회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 3주기 추모식을 열고 △전 생애에 걸친 경주마 복지 체계 수립 △경주마 과잉생산 육성정책 중단 △전국 폐마 목장 전수조사 △피학대동물 보호 대책 마련 등을 마사회에 요구했다.
범대위는 "3년 전 오늘 퇴역 경주마 까미는 한국방송공사(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와이어 줄에 묶여 제작진에 의해 쓰러짐을 당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렀다"며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퇴역 경주마 복지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길 요구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월 공주시 한 무허가 농장에서는 방치돼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말 15마리와 이미 목숨을 잃고 오물로 뒤덮인 말 8마리 사체가 발견된 바 있다.
범대위는 "경마장, 승마장 등에서 이용되다 다치고 나이들어 갈 곳 없는 말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런 '폐마 목장'은 전국에 여러 곳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주마의 과잉생산과 지금과 같은 육성 정책으로는 생명 폐기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제2, 제3의 까미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년간 한 해 평균 1300여 마리 경주마가 은퇴하는 한편 정책적 지원 속에 경주용 말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다.
마사회는 올해부터 생애주기 말 복지 지원 사업으로 부상마의 치료받을 권리와 건강한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받은 경주마도 퇴역 후 관리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경주마에서 승용마로 전환된 '천지의빛'이 골절 부상으로 재활지원 프로그램을 지원받았지만, 이번 공주시 학대 현장에서 발견됐다"면서 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책임을 물었다.
유지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마사회에서 연간 마권 판매로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액수의 수입에 비해 말들의 보호나 복지 비용에는 터무니 없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의 2024년 '말산업육성지원'에 경주퇴역마 활용지원 사업은 고작 4억3000만 원으로, 전체 사업 예산의 2.4%에 해당한다.
기자회견 후 범대위는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와 면담을 진행했다. 범대위는 말복지센터와 함께 공주시 현장에 남아있는 말들의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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