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 발견한 옷가지에 '촉 발동'한 경찰관, 다리 밑 뛰어들어 구조
생활고로 투신한 남성 물에서 꺼내 응급조치
경찰관 "힘들어도 용기 내 살아가길 기원"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아침 찬 공기가 감돌았던 지난 4일 오전 7시 58분쯤, 야근 근무를 마친 서울 송파경찰서 박승호 경위는 평소처럼 탄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퇴근하고 있었다.
광평교 아래에 놓인 한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무심코 지나쳤다. 그것도 잠시, 수상한 느낌이 들었던 박 경위는 촉을 따라 옷가지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자전거에서 내려 주변을 살피다보니 옷가지 뿐만 아니라 신발과 커터칼도 있었다. 박 경위는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탄천 물에 빠져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당시 남성은 물 속에 얼굴을 박은 채 머리에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남성이 위험한 상태라고 판단한 박 경위는 망설이지 않고 다리 아래로 뛰어들었다.
남성을 물에서 꺼내 머리를 지혈하고, 찬 물 속에 오래 있었던 남성의 체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자켓을 벗어 덮어줬다. 남성이 이성을 잃지 않도록 대화를 시도하고, 온몸을 주물러 마사지를 하며 구급대가 올 때까지 응급조치를 했다.
남성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남성은 생활고를 겪어 처지를 비관하며 탄천에 투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서동 주민센터와 강남구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남성을 연계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지원을 받도록 조치했다.
박 경위는 "야근을 마치고 피곤했지만 경찰관의 촉은 살아있어 다행히 생명을 구했다"며 "힘들어도 용기를 내어 살아가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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