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안 돼요"…차별과 배제 속 사라지는 노인들[함께 지키는 생명]③

노인 자살률 OECD 1위…평균보다 2.5배 높아
차별과 배제 속에 사회적 고립 심화

편집자주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인원을 나타내는 자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27.3명에 달합니다. 대책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은 아직도 벗어내지 못했습니다. 에선 국내 자살예방 구조를 분석하고, 필요 과제를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0.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65세가 넘으셔서 어르신은 가입이 안 됩니다."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A 씨는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지난 5년간 다니던 스포츠클럽에 다니지 못하게 됐다. 헬스장,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운영하는 해당 시설은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년 인구의 배제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행태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의 한 단면이다.

이른바 '노실버존'이 확산하면서 노인들의 사회적 접촉면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차별과 배제는 노년기 사회적 고립을 가속한다. 가족을 비롯해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노인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빈곤과 더불어 노인들의 관계 단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노인 자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인 자살률 OECD 1위 불명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를 수년째 기록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2.2명으로, OECD 평균인 16.6명과 비교해 2.5배 이상 높다.

지난달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대별 자살률은 80세 이상이 인구 10만 명당 59.4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70대가 39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으며 60대가 30.7명으로 50대 32.5명, 40대 31.6명에 이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3년 80세 이상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94.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감소세에 있지만 여전히 노인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국회 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연은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 회장은 "돌봄, 요양 등 노인 복지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노인 자살률이 줄어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과 별개로 가족이나 주변과 관계가 단절된 분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4.5.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배제와 차별 문제 해소해야

특히 김 회장은 노인을 배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과거 어르신들은 산업화에 기여하고,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혔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연금 문제와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에서 알 수 있듯 자기들의 미래 자원을 소비하는 계층으로 여겨지면서 배제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회적 배제라는 건 사회에서 잊힌다는 거기 때문에 자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성명을 통해 "사회가 급변할수록 노인들이 겪는 소외나 차별, 사회적 배제와 노인 빈곤 등 문제가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그동안 노인을 시혜와 복지 대상으로 보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의료 체계 등 사회적 안전망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은 "노인분들은 신체적 건강이 악화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