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강요하던 남편, '재산절반'에 졸혼…탕진하고 암 걸리자 '또 나누자'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부부는 서로를 부양할 의무를 갖는다. 또 혼인생활 중 형성한 재산에 대해 일정부분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십년간 배우자를 외면해 놓고 늙고 병들고 돈이 떨어졌을 경우 돌아와 부양과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다. 당하는 배우자로선 땅을 칠 노릇이지만 법이 그렇다.

2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도 이와 유사한 사연이 등장했다.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 가 호주 국적을 취득한 A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하고 남편을 만나 딸까지 낳았다.

남편은 결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때려치우고 주식 전업투자가로 변신했지만 벌이가 일정치 못했다. A 씨 친정부모는 사실상 외벌이인 딸을 안타깝게 여러 아파트를 마련해 주기까지 했다.

A 씨는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한 데다 성관계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해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호주에 일자리가 생기자 어린 딸만 데리고 호주로 들어갔다.

딸이 호주에서 대학에 들어가자 A 씨는 귀국, 남편과 1년 정도 살았지만 남편의 폭력성향이 고쳐지지 않자 아파트를 팔아 절반씩 나눠 갖기로 '졸혼'에 합의했다.

아울러 친정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은 딸에게 증여키로 남편과 합의했다.

남편에게 벗어나 마음 편한 생활을 하던 A 씨는 3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이 "받은 돈을 다 써버렸다. 지금 암에 걸려 투병 중이다. 부부는 부양의 의무가 있다"며 부양책임을 다할 것과 A 씨 재산은 물론이고 딸에게 증여한 부동산 분할을 요구해 왔다.

조윤용 변호사는 "졸혼은 부부가 합의하여 별거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법적으로는 여전히 혼인 상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법 826조 1항 및 833조에 따른 부간 상호 부양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졸혼 때 재산 정리를 했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과 다르다"며 "이후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에 대하여 다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 씨가 평생 사실상 외벌이를 한 점, 친정 부모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은 점 등은 분할비율을 산정할 때 유리하게 판단될 수 있다"며 이혼소송 때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딸에게 증여한 부동산의 경우는 "A 씨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분할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A 씨를 안심시켰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