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씻기' 퀴즈 만점자들…10명 중 7명 화장실 나와서는 "깜박했다"

[요즘 질병청 뭐함?] 국제한인간호재단과 손씻기 실태조사 진행
손씻기 평균시간 '10초'…질병청 "30초 이상 씻고 물기 말려야"

10월1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GKNF감염병예방사업단,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KOICA 연수생 등이 '세계 손씻기의 날'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 15일 '세계 손씻기의 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 마련된 홍보부스 앞에는 퀴즈를 풀고 상품을 받아 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손을 10초 동안만 씻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고 앞다퉈 정답을 외쳐댔으며, "손을 씻고 물기를 바짝 말려야 균이 자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부스를 찾은 이 모 씨(40)는 "메르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올바른 손씻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독감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고 했다. 올바른 손씻기란 비누를 이용해 손가락, 손바닥, 손톱 등을 30초 이상 닦은 후 물기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바른 방법으로 손을 씻을 경우 설사 질환의 경우 최대 40%, 호흡기질환은 21%까지 예방할 수 있다. 국제학술지 중개의학에 따르면 하루에 5~10회 손을 씻으면 감염성 질환 발생률이 25%, 11회 이상 씻으면 35% 감소한다.

그러나 문제는 손씻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올 때는 손을 씻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엔(UN)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씻기의 날'로 지정하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2013년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손씻기, 기침예절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2020년부터는 질병관리청이 국제한인간호재단과 전국 단위의 손씻기 캠페인과 실태조사를 동시에 진행해오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속적인 교육, 홍보, 사업을 통해 감염병 예방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손씻기 실천에 대한 인지율은 높다"며 "하지만 실제 관찰 조사결과는 낮은 수준으로 격차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올해 역시 국제한인간호재단과 질병청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지하철역, 공항, 터미널 등에 위치한 화장실 47곳을 이용한 사람 약 4225명을 대상으로 손씻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홍보 부스에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모두 정답을 외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은 31.8%(3142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소변을 보고 '물'로만 손을 씻고 나왔는데, 이는 전체의 44.3%(1873명)에 달했다. 손을 아예 안 씻고 나온 사람도 23.9%(1010명)이었다.

성별로 따져보면 여성은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이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났지만, 남성은 절반 수준인 10명 중 2명 수준에 그쳤다. 손을 아예 씻지 않는 경우는 남성은 10명 중 3명, 여성은 10명 중 2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비누로 손을 씻는 비율은 20대가 38.2%, 30대가 38.4%, 40대가 35.0%, 50대가 31.2%, 60대가 21.3%, 70대 이상은 16.7%로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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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는 시간도 '올바른 손씻기' 시간인 30초의 1/3에 불과했다. 전체 손씻기 평균 시간은 10.9초였는데, 이중 비누거품을 비비는 시간은 5.6초에 불과했다. 남성의 경우는 전체 손씻기 시간이 9.5초, 여성은 12.0초로 여성이 조금 더 길었다. 하지만 비누 거품을 비비는 시간은 남성이 8.0초로, 여성 4.3초보다 2배 더 길었다.

그러나 보건의료관계자들은 용변 후 손씻기 실천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질병청과 국제한인간호재단의 적극적인 캠페인 덕분이다. 이들은 매년 손씻기 취약 계층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는데, 올해는 이달 초부터 연세대학교 원주간호대학, 안동대학교, 대구대학교, 원광대학교, 제주대학교 등 전국 대학교를 돌면서 퀴즈, 교육을 실시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에는 물, 비누 등 손씻기 실천율이 66.3%였으나, 2022년 66.2%, 2023년 71.1%, 올해 76.1%로 증가했다. 비누를 사용한 손씻기 실천율도 지난해 25.4%에서 올해 31.8%로 증가했다.

노은하 국제한인간호재단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까지 손씻기 교육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재단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예방 사업 목표는 40%가 넘는 시민이 올바른 손씻기를 생활 습관으로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손씻기는 호흡기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경제적인 방법"이라며 "국민들이 손씻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에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