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팔도체계 끝…'TK특별시'통합에 행안부·지방위 노력 빛났다

무산 위기 놓였던 통합…정부 막판 중재에 합의문 서명
"지역 주도" 강조하며 '중재인' 역할 자임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4자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무산 위기에 놓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극적으로 합의되며 2026년 7월 '대구경북(TK)특별시' 출범에 본격 속도가 붙었다. 성공적인 '지역 주도 통합' 사례로 여겨지는 이번 통합 논의의 밑바탕에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의 끈질긴 중재 노력이 있었다.

22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구시·경북도 행정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청사 소재지와 시·군·자치구 사무권한 등 두 지차체가 이견을 보였던 사항들이 전격 합의되며 특별법 제정 등 후속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통합 과정은 '지역 주도 행정통합'의 선례로 평가받는다. 행안부와 지방시대위는 그간 '지역이 합의를 이뤄 통합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해오면 그때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이번에는 철저히 지방 정부 주도로 통합이 추진됐다"며 "지방시대의 새 모델을 정립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과거 마산·창원·진해 등 몇 차례의 행정통합이 있었으나 사실상 정부가 주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9년 마산·창원·진해 행정통합 추진 당시 정부는 6개 지역 16개 시·군을 통합 추진지역으로 선정하고 3개 시 의회 찬반의견을 받는 방식을 채택해 통합을 추진했다. 추진 지역 선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등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정부 주도'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번 통합 과정에서 행안부와 지방시대위는 8월까지 두 지자체의 협의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논의를 지켜봤다. 그러다 청사 소재지 등을 두고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지난달부터 두 지자체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 앉히는 '중재인'의 역할을 자임했다.

통합 논의가 사그라들던 8월 28일, 고기동 행안부 차관이 홍준표 시장·이철우 지사와 삼자 회담을 진행해 두 지자체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 행안부는 두 지자체가 여전히 통합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중재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상민 장관도 지난달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경북 통합의 이니셔티브와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앙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겠다"며 중재자로서 두 지자체를 잇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중재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 우동기 위원장도 대구를 찾아 두 지자체를 중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지난달 중순부터는 통합 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실무회의가 재개됐다.

이 같은 노력 끝에 행안부와 지방시대위는 이달 중순 최종 중재안을 제시했다. 전날 4개 기관이 서명한 합의문은 해당 중재안을 바탕으로 했다.

지자체 간 합의라는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 의견 수렴·지역 상생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해 출범한 창원특별시도 통합 14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 마산·진해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통합시 명칭과 임시청사를 가져간 창원과 달리 진해·마산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 행정 구역이 됐기 때문이다.

합의문에는 경북도가 그간 요구해온 '경북 북부 균형발전 방안 마련'이 합의사항으로 담겼다. 또 두 지자체는 대구시와 경북 포항시·안동시 3곳의 청사를 골고루 활용하기로 했다. 특별시 명칭도 '대구경북'으로 정해 두 지자체의 명맥을 동시에 잇도록 했다. 과거와 차별화를 꾀한 이 같은 조치들이 성공적인 행정 통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