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구조 영상 보고 감동, 기부금까지 냈는데…대부분 가짜"
소셜미디어동물학대방지연합 보고서 발표
동물단체, 플랫폼 대책 마련 촉구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산 채로 땅에 묻혀 있거나 물에 빠져있는 등 위기에 처한 동물이 구조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극적으로 구조된 동물 영상을 본 사람들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기꺼이 기부금까지 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해당 동물 구조 영상이 조회수와 기부금을 얻으려 가짜로 연출된 것이라면 어떨까.
16일 아시아 동물단체 29곳이 연합한 소셜미디어동물학대방지연합(SMACC)은 최근 의도적으로 동물을 위험에 빠트려 극적으로 구조하는 가짜 동물 구조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기 발견: 소셜 미디어가 동물 학대를 통해 가짜 구조 영상으로 이익을 얻는 방법'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동물 구조 영상을 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가짜 구조 영상들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광고 수익과 게시물 공유, 기부를 통한 재정적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동물학대방지연합은 6주간 조사를 통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엑스(트위터)에서 1022개의 가짜 구조 동영상을 발견했다.
해당 영상들은 총 5억 7200만 회 이상이 조회됐으며,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메타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발견됐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플랫폼은 틱톡이다.
가짜 구조 영상의 21%는 동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시청자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일반적인 요청 방법은 페이팔 링크를 통해서다.
문제는 가짜 동물 구조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제작자들이 동물을 의도적으로 위험에 빠트리고, 학대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종의 동물을 서로 맞붙여 '먹잇감과 포식자'의 상황을 연출하는 영상도 있다.
가짜 구조 영상으로 분석된 콘텐츠의 3분의 1 이상은 동물이 쓰레기 더미나 쓰레기통, 길가에 버려져 있다 구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21%는 동물이 어떤 장소에 갇혀 있거나 물건에 끼어있다가 구조된다.
고양이가 42%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영장류, 개(강아지), 뱀, 거북이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긴꼬리원숭이와 그루터기꼬리원숭이를 포함해 멸종위기에 처한 종도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을 검토한 소셜미디어동물학대방지연합 소속 수의사는 "동물에게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도 있고, 동물들은 구조되기까지 갇혀 있거나 탈출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다"며 "영상 이후 동물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를 주도한 동물단체 '애니멀스 아시아'의 설립자 질 로빈슨은 "합법적인 동물 구조 계정을 모방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이런 가짜 영상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제거하는 효과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현해 모든 형태의 동물학대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하는 가짜 구조 콘텐츠를 식별하고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소셜미디어동물학대방지연합은 가짜 구조 영상을 판단하는 3가지 지표를 제안했다. 출처 확인 및 진위(Authenticity)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Reality), 콘텐츠 제작 방법(Creation)이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인된 동물단체나 기관이 관련됐는지 △페이지 혹은 계정에 여러 개의 유사한 동영상이 있지 않은지 △비전문적인 구조나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지 △항상 동일한 사람이 등장해 구조하지 않는지 △촬영을 위해 동물 구조를 지연시키지 않는지 △여러 카메라 각도로 명확한 편집이 이뤄지지 않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면 좋다.
이형주 어웨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는 "한국의 SNS에서도 가짜 구조 영상, 훈련을 빙자해 동물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영상, 생태계 교란 생물을 포획해 산 채로 요리하는 영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영상은 댓글로 반응하는 대신 플랫폼에 신고하거나 심각할 경우 동물학대로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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