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애들 싸움 안 말렸다고 학대 가해자 신고…"제가 잘못했나요"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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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애들 싸움을 안 말리고 지나갔다는 이유로 아동학대·폭행 가해자로 몰린 여성이 황당함을 토로했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상에 미친 부모 많네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대 여성 A 씨는 "진짜 제가 너무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두 달 전 낮 2시쯤 하계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돌다리 중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어린이 3명(A 군, B군 형제와 C 군)이 장난치는 건지 싸우는 건지 서로 옷깃을 잡고 뒤엉켜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한 명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하는데 셋 다 웃고 있었다. 저는 지나가야 하니까 '얘들아 잠깐만' 하고 불렀다. 애들이 서로 옷깃 잡은 채로 살짝 비켜주더라. 그래서 저는 지나갔다"라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아동학대, 폭행 가해자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저 때는 하계천 일도 생각 안 났고 뭐 때문인지 짐작도 안 됐다. 아무튼 경찰서 갔는데 제가 저 애들을 밀어서 물에 빠뜨렸다고 하더라. 진짜 너무 어이도 없고 사실도 아니고 해서 저도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 결론은 당연히 무혐의 불송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조사받으면서 화는 났지만 초등학생들이 저러다 물에 빠졌고 부모한테 혼날까 봐 내가 밀었다고 거짓말했겠거니 하고 애써 이해해 보려고 하고 잊으려고 했다.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2차 조사받을 때 C 군의 엄마가 왔었는데 저한테 죄송하다면서 자기 아들이 거짓말한 거 같다고 사과했다. 문제는 A 군, B 군 부모인데 C 군의 엄마한테 자기들도 사과한다고 거짓말하고 제 번호를 받았나 보더라"라고 했다.

이어 "C 군 부모가 '길 가다 어린이들이 싸우면 말려야지. 그냥 갔냐. 매정하고 어른답지 못했다'고 뭐라고 한다. 저 때문에 물에 빠져서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고 수리비도 달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그때 아이들이 싸우는지 장난치는지 확실하지도 않았지만 만약 싸운 게 맞다고 해도 제가 나서서 말려야 했나. 지인도 아니고 제 일도 있는데. 일단 번호 차단했고 문자랑 통화로 수리비 달라고 협박한 거 다 녹음돼 있고 한 번만 더 그러면 저도 협박 갈취로 고소할 거다"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고소당한 것도 참았는데 미친 소리 듣고 있자니 기분이 너무 나쁘다. 제가 이상하고 매정한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만약 셋이 심각하게 주먹질하고 싸우고 있었더라도 경찰에 신고하지 직접 안 나선다. 요즘 이상한 사람, 별의별 일 많아서 안 엮이고 싶다. 일반 시민들은 경찰 신고가 최선이다. 설령 신고 안 했다고 해도 죄가 아니다", "차단 해제하고 녹취, 문자 남겨서 경찰에 신고해라. 귀찮다고 가만있다가 다시 또 경찰서 불려 가는 귀찮은 일 겪을 수 있으니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