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충은 거르라고?"…가슴 도려낸 암환자에겐 '새 삶' 줬다
다양한 사연 갖고 작업실로…"타투 받고 기쁜 표정에 희열"
흑백요리사 논란엔 "조심했어야"…인식 개선 최우선 과제
- 김종훈 기자
"작업이 끝나고 앉은 자리에서 한참을 울다 가셨어요. 벅차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18년차 타투이스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일까?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답하던 김도윤 씨(44)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뗐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작업실로 찾아온 손님이었죠. 40대 중반쯤 되는 여성분으로 기억해요."
그 손님은 가슴을 절개하는 외과 수술 뒤 병원에서 복원 작업을 마쳤지만,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김 씨는 그의 가슴에 유륜과 유두를 그려내고 색을 입혔다. 몸을 따라 움직이던 바늘이 멈추고 손님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암) 완치 판정 뒤에 의사와 타투이스트가 협업하면 몇 년 뒤 본인도 깜짝 놀랄 만큼 원상태로 복원될 수 있어요. 그 손님은 타투로 새 삶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타투가 희망을 주는 경우는 많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김 씨는 "타투는 의료 행위가 아닌 예술이자 미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화가'로 정체화했다. 무엇이든 거침없이 표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분하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다만 "타투 시술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때는 소년처럼 환하게 웃었다.
타투 경력 3년 차의 조시율 씨(30)는 1년 전 만난 입양 가족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타투숍 '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입양된 20대 후반의 남매를 손님으로 받았다.
시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남매로부터 연락이 왔다. "2명이 더 와도 될까요?" 조 씨가 의아해하자 두 사람은 사연을 설명했다. "한국에 왔다 낳아주신 부모님과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았어요. 낳아주신 부모님, 길러주신 부부님 모두 함께 (타투를) 받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두 부모와 남매는 같은 타투를 팔에 새겼다. 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두 부모 사이에서 남매는 분주히 말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조 씨는 미소를 지었다.
"타투 하나로 모두 하나가 된 거잖아요.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하얀 셔츠를 차려입은 조 씨는 자기 일에 의미를, 손님에겐 서사를 부여했다.
문제는 타투이스트들의 이런 철학이 대중에게 확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신충(문신한 사람)은 일단 거르고 봐야 한다"는 비난성 여론이 여전하다.
지난달 전남 순천시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박대성의 목덜미 문신도 여론 악화를 부추겼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도 문신을 한 출연자의 발언 일부가 논란이 됐다.
해당 출연자는 다른 요리사를 향해 "누가 (결승에) 올라오든 잘근잘근 밟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봤다는 김 씨는 해당 출연자의 발언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신이 있는 사람들은 눈에 드러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표성을 갖고 나온 분이니까 더 신중하게 말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2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문신 시술 이용자는 1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문신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수'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합법이 아니다. 1992년 대법원이 의사가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투 시술 합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김 씨도, 조 씨도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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