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신고하니 계약 종료"…직장 내 성차별 문화 여전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실시
"성차별 막기 위한 법·제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남자 팀장이 '육아휴직을 쓰면 피곤하니 뽑지 말자'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로 제보된 성차별 사례 중 하나다. 직장인 중 상당수가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가 여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는 직장 내 성차별 묻는 여러 지표에 평균 66점을 매겼다.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는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동의하는 정도를 0점부터 100점까지 수치화한 것이다.

응답자가 △매우 그렇다(0점) △그런 편이다(25점) △보통이다(50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75점) △전혀 그렇지 않다(100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매긴 항목은 '주요 직책'이었다. 응답자들은 '전체 직원 성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질문에 55.3점을 줬다.

뒤이어 '모성'과 '노동조건'이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다'는 항목이 각각 56.1점과 57.0점을 받았다.

성별로 나누어 보면 '모성'과 '승진'이 특히 눈에 띄었다. 여성이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모성' 지표에서 남성에 비해 6점이나 낮은 52.9점을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고, '승진'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5.3점이 낮은 55.3점을 매겼다.

설문조사 외에 직장갑질119로 들어온 제보 중 성차별로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8월 제보에 따르면 피해자가 성희롱 신고를 하기 전에는 재계약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신고 직후 태도가 바뀌어 계약 종료를 통보 당했다고 한다.

또 다른 제보로는 지속해서 성희롱 한 매니저를 신고하려고 한 피해자를 관리자가 만류한 사례가 있었다. 해당 관리자는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라고 입단속을 시키다 정규 인사 때 피해자에게 조용히 부서를 이동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이 여전히 여성들에게 차별적인 환경으로 남아있다"며 "제도가 여전히 충분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기업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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