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맛피아' 논란에 소환된 '문신'…"타투가 무슨 죄?"
예능서 나온 도발 발언에 때 아닌 '문신 논란'
"겉모습으로 평가, 씁쓸해"…"시선, 감수해야" 의견 갈려
- 김종훈 기자
"누가 올라오든 제가 잘근잘근 밟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마지막 회에서 출연자 나폴리 맛피아(본명 권성준)는 최종 우승을 가리는 대결을 앞두고 한 말이다.
상대를 도발하는 말이지만 1대1 대결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말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의 발언이 문신과 연결되며 비난이 폭주했다. 이번 사례처럼 문신을 개인의 인성과 엮어서 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달 전남 순천시에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박대성이 목에 문신한 머그샷이 공개되자 '문신은 과학' 같은 말이 따라붙기도 했다.
실제로 맛피아에 대한 비난에 '문신 있으면 한 번만 삐끗해도 이미지 X짐', '문신만 없었어도 여론 이렇진 않았을 텐데' 같은 반응이 나왔다.
지난 10일 만난 타투이스트들은 이런 비난에 대해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신한 사람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많은 이들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2년 넘게 타투숍을 운영 중이라는 A 씨는 "'흑백요리사'는 겉모습이나 말투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폄하 당한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A 씨는 "문신업계 종사자로서 조심스럽고 (범죄자를) 옹호하진 않지만 잘못과 관련해 욕을 먹는 게 아니라 문신 자체로 욕을 먹는다"고 덧붙였다.
마포구 신수동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B(20대·남) 씨도 몸에 문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무시당한다고 했다. B 씨는 "자기가 좋아서 (문신을) 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손가락질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신을 한 이들은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타투이스트 친구에게 문신 시술을 받았다는 박 모 씨(27·남)는 "지하철에서 반소매 티를 입고 있으면 힐끔거리는 어른들이 있다"며 "아직까진 시선이 썩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살 때 처음 문신을 하고 현재는 17개까지 늘렸다는 이 모 씨(24·여)는 부정적 시선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문신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응도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 자체가 황당하다는 시민도 있다. 주변에 발이나 손목에 작은 타투를 한 경우는 흔하다는 직장인 김 모 씨(26·여)는 "문신을 발언과 연결하는 건 출연자를 욕하고 싶은 거리를 찾는 사이버 불링(집단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부모님 세대와 20·30세대 인식이 전혀 다르다는 직장인 강 모 씨(20대·여)는 "어른들과 TV를 볼 때 문신한 출연자가 나오면 반응이 크게 갈린다"며 "이제 타투는 패션과 개성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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