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에 의원 배지 빼앗긴 'JP'…진화위,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
강제 정계 은퇴·재산 헌납…"위법한 공권력 행사, 재산권 침해"
박정희·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 2번 역임…2018년 별세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1대·31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故) 김종필 전 민주공화당 총재를 신군부로부터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인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김 전 총재가 1980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된 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강요받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록원 및 법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사건 관련 자료를 분석·조사한 결과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 밤 11시 20분쯤 김 전 총재를 강제 연행한 후 47일 동안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부정 축재와 개인 비리 등 혐의로 위압적인 수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군부는 5월 18일 새벽 0시를 기해 계엄포고령 제10호를 발표, 비상계엄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이른바 권력형 부정 축재 혐의자와 사회 혼란 조성 및 학생·노조 소요 관련 배후 조종혐의자 26명을 강제 연행해 조사했다.
김 전 총재는 억압된 상태에서 재산헌납기부서와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한 후 같은해 7월 2일 석방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전 총재는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제11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포스트 박정희'로 불릴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지만 신군부 세력에 의해 강제 정계 은퇴를 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김 전 총재는 1987년 정계에 복귀하고 신민주공화당을 창당,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이라고 불리는 등 주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1997년 대선 당시 'DJP 연합'으로 김대중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기여하고 1998년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와 대북 관계 등으로 갈등 끝에 결별한 김 전 총재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이끄는 등 소수 야당 총재로 남아 정치활동을 지속하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0선에 실패한 후 정계 은퇴했다. 2018년 6월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밖에도 △반공법 위반 불법구금 사건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중앙정보부의 노동단체 간부 불법구금 사건 등에 대해서도 진실로 규명됐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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