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에 의원 배지 빼앗긴 'JP'…진화위,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

강제 정계 은퇴·재산 헌납…"위법한 공권력 행사, 재산권 침해"
박정희·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 2번 역임…2018년 별세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3김 총재가 1989년 3월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김종필 전 총재,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2015.11.23/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1대·31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故) 김종필 전 민주공화당 총재를 신군부로부터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인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김 전 총재가 1980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된 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강요받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록원 및 법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사건 관련 자료를 분석·조사한 결과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 밤 11시 20분쯤 김 전 총재를 강제 연행한 후 47일 동안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부정 축재와 개인 비리 등 혐의로 위압적인 수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군부는 5월 18일 새벽 0시를 기해 계엄포고령 제10호를 발표, 비상계엄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이른바 권력형 부정 축재 혐의자와 사회 혼란 조성 및 학생·노조 소요 관련 배후 조종혐의자 26명을 강제 연행해 조사했다.

김 전 총재는 억압된 상태에서 재산헌납기부서와 국회의원 사퇴서를 제출한 후 같은해 7월 2일 석방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전 총재는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제11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포스트 박정희'로 불릴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지만 신군부 세력에 의해 강제 정계 은퇴를 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김 전 총재는 1987년 정계에 복귀하고 신민주공화당을 창당,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이라고 불리는 등 주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1997년 대선 당시 'DJP 연합'으로 김대중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기여하고 1998년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와 대북 관계 등으로 갈등 끝에 결별한 김 전 총재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이끄는 등 소수 야당 총재로 남아 정치활동을 지속하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0선에 실패한 후 정계 은퇴했다. 2018년 6월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밖에도 △반공법 위반 불법구금 사건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중앙정보부의 노동단체 간부 불법구금 사건 등에 대해서도 진실로 규명됐다고 확인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