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수의사라개"…번식장서 구조된 '쿠마'의 견생역전[가족의 발견(犬)]
수술로 다시 걷게 된 강아지…직접 입양까지 한 수의사 사연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처음 본 쿠마의 상태는 뒷다리를 땅에 딛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죠. 수술을 한 후에는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민수 에스디(SD)동물의료센터 원장이 쿠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5일 왕십리 SD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로 키우는 몰티즈, 포메라니안, 푸들 등 소형견이 잘 걸리는 질환으로 슬개골 탈구가 있다. 주로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민수 에스디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슬개골 탈구로 인한 반려견의 고통은 무분별한 번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부모견이 슬개골 탈구 증상이 있는 채로 출산을 반복하면 새끼들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다섯 살 추정의 포메라니안 종 쿠마도 번식장에서 슬개골 탈구를 지닌 채 태어났다. 작고 귀여운 외모의 쿠마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비좁은 공간에 갇혀 계속해서 새끼를 낳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었다.
올해 초 한 동물보호 활동가가 극적으로 쿠마를 번식장에서 구조했다. 활동가는 쿠마를 임시 보호하며 치료와 입양 홍보를 맡아 진행했다.
지난 4월 활동가가 치료를 위해 방문한 에스디동물의료센터에서 검사한 결과 쿠마의 다리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슬개골 탈구를 오래 앓았기 때문인지 한쪽 뒷다리를 아예 딛지 못하고 절뚝이며 힘겹게 걸었다. 슬개골 탈구 단계가 너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쿠마의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에스디동물의료센터 의료진과 임시 보호자의 노력으로 네 다리를 전부 딛고 걷을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난 후에는 원하는 만큼 뛸 수도 있었다.
쿠마에게 찾아온 행운은 끝이 아니었다. 직접 쿠마의 수술을 진행한 이민수 원장이 쿠마를 평생 가족으로 맞았다. 입양 후 매주 가족들과 애견펜션을 찾아 놀러가며 쿠마에게 새 삶을 선물해 주고 있다고.
이민수 원장은 "쿠마가 빈혈로 입원 치료까지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입양까지 하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딸과 특히 사이가 좋은 쿠마는 온 가족의 기쁨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쿠마가 번식장에서 구조된 것처럼 많은 분들이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동물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해 앞으로도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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