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린가드가 킥보드 빌릴 수 있던 이유…범칙금 고작 19만원

'역주행·노헬멧'에도 범칙금 처분에 그쳐…'솜방망이 처벌' 한계
면허 필수지만 확인 의무 없는 법적 미비…업체들의 수수방관

28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개인형이동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2024.6.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세계적인 축구선수이자 프로축구 FC서울의 제시 린가드(32) 선수가 '무면허 킥보드' 운전 혐의로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최근 방탄소년단 슈가에 이어 유명인들의 킥보드 운전과 관련된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개인형 이동장치(PM)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현행법의 미비가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상 킥보드 대여 시 면허 인증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데다 적발되더라도 범칙금 처분에 그치는 실정이다. 면허 인증 절차 법제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8일 린가드 선수를 불러 조사한 뒤 전동 킥보드 무면허 운전 혐의로 범칙금 19만 원 부과 통고 처분을 내렸다. 앞서 린가드 선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동 킥보드를 타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다음 날인 17일 "전동 킥보드를 잠시 탔다.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몰랐다. 더불어 운전면허 소지자만 탈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사과했다.

유명인의 PM 운전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1)도 '전동 스쿠터 음주 운전' 혐의로 홍역을 치렀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만 16세 이상이면서 제2종 원동기 장치 이상의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 안전모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지난 2021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면허를 필수로 소지하도록 법이 강화됐다.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 개인형 이동장치(PM)가 불법으로 주차 돼있다. ⓒ News1 이강 기자

문제는 면허가 없더라도 대다수 PM 업체에서 킥보드를 빌리는 데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대여 과정에서 '운전면허를 등록해달라'는 안내창이 뜨지만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나이, 면허증 여부와 관계없이 간단한 신상 등록만 거치면 킥보드 대여가 가능하다. 도로 곳곳에서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앳된 얼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킥보드 이용자들의 운전 자격 확인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유 킥보드 업체는 허가나 신고가 필요 없는 '자유업'으로 분류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운전면허 확인이 의무인 렌터카 업체 등과 다른 점이다.

현실적으로 공유 킥보드 업체에 운전면허증 확인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PM 업체의 이용자 운전면허 확인 의무화 내용을 담은 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그러는 사이 PM 관련 사고 건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PM 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2389건으로 447건에 그쳤던 2019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상자 수도 481명에서 2646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사고는 늘고 있지만 관련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면허로 킥보드를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범칙금 10만 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 2만 원을 내야 한다. 린가드 선수 역시 무면허 운전에 더해 안전모 미착용, 승차정원 위반, 역주행 혐의까지 적용됐지만 범칙금 19만 원에 그쳤다.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계속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규정과 법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킥보드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 적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