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ATM 절도 결심, 네 번 시도 끝에 성공했지만…

기기 뜯어 316만 원 훔쳤다 덜미…징역 10개월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네 번의 시도 끝에 은행 ATM 기기를 절단하고 현금을 훔친 6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부장판사는 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등 혐의를 받는 A 씨(58)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정원수 사업을 운영하는 A 씨는 경영난과 개인 채무로 생활고를 겪게 됐다. 그는 우연히 ATM 기기를 관리하는 업체에서 기기의 덮개를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현금을 반출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후 기기를 절단하고 현금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지난해 7월 12일 오전 2시쯤 첫 범행을 시도했다. 평소 영업 종료 후 문을 잠그는 경기 과천의 한 빌딩에서 미처 잠기지 않은 출입문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침입했다. A 씨는 5분 뒤 한 은행이 관리하는 ATM 기기 부스 앞에 서서 이곳의 철판 출입문을 플라스마 절단기를 이용해 잘라냈다.

기기에 접근한 A 씨는 기기의 후면 철판 덮개를 다시 플라스마 절단기로 잘라내려고 했다. 덮개를 서서히 잘라내던 중 경보음이 울리는 바람에 A 씨는 현금을 꺼내가지 못했고, 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혐의는 미수에 그쳤다.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2일 뒤인 같은 달 24일 오전 1시 25분쯤 A 씨는 같은 장소에 있는 동일한 ATM 기기에 접근해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절단 중 경비원에게 발각돼 현금은 꺼내가지 못했다.

A 씨는 경계가 비교적 허술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범행을 다시 시도했다. 5일 뒤인 같은 달 29일 오전 2시 46분쯤 서울 노원구의 한 지하철 역사에 몰래 진입했다. 이 역은 영업이 끝나면 출입구를 모두 폐쇄하지만, 당시 공사 중이라 임시 가림막이 설치된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A 씨는 이곳에 있던 ATM 기기 덮개를 전동 그라인더로 도려내고, 플라스마 절단기로 내부 덮개를 절단하다가 잠금을 풀지 못해 실패했다.

그는 약 한 달 뒤인 8월 20일 오전 1시 54분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서 담장 보수 공사로 설치된 임시 가림막 사이 틈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이곳에 있던 한 ATM 기기를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절단하고, 기기에 있던 현금 316만 원을 꺼내 달아났다. A 씨는 네 번 시도 끝에 ATM 기기를 열고 현금을 꺼내 갔다.

A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미리 범행 대상을 선정해 사전에 이를 답사하기도 하고,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한 준비 끝에 이뤄졌다"며 "전문적인 도구를 사용한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고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4건 절도 시도 중 3건이 미수에 그쳐 피고인이 실제 절취한 현금이 많지 않고, 현금이 반환됐고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