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어린 내연남을 양아들 위장 '동거'…딴 여자 탐내자 살해

'진짜 아들' 부부와 함께 생활 …바람피우자 제거 결심[사건속 오늘]
거액 보험 든 뒤 수면제 먹여 가스사고 진술, 재수사 끝 징역 2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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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3년 11월 27일, 서울고법 판결 소식은 호사가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서울고법은 20살 연하 내연남 A 씨(1969년생)를 살해한 B 씨(1949년생)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0년형을 내렸다.

또 범행을 도운 B 씨의 아들 C 씨(1965년생)에게는 1심의 징역 8개월을 깨고 징역 1년 2개월로 형을 높이는 한편 무죄 판단을 받았던 며느리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돈 많은 연상녀, 20살 연하남, 양아들로 위장, 살해, 보험금을 노린 살인극 등 자극적인 단어가 모두 들어가 있어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돈 많은 돌싱, 20살 연하 조폭에 빠져

어린 시절 남편을 만나 19살 때 아들을 낳았던 B는 경기도 안양의 5층 상가건물(2010년 당시 공시지가 40억원)과 임야 등 몇몇 부동산을 갖고 있던 재력가였다.

1995년 남편과 이혼, 아들 부부와 살고 있던 B는 봉사활동(교도소 재소자 교화활동)을 열심히 하는 등 지역 유지로서 평판도 놓았다.

그러던 중 2002년 안양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B는 A를 만나게 됐다. 당시 53살의 B는 당당한 체구의 A(당시 33살)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가 그가 △ 보육원에서 자라 가족이 없다 △ 지방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자 경기도 용인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에게 빠진 B는 골프용품 선물, 동반 골프 등 자신의 재력으로 연하남의 환심을 샀다.

소문이 무서워 낸 꾀가 '양자' 입적…마음 놓고 한 집에서 동거

안양 일대에 'A와 B가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부담을 느낀 B는 2004년 A를 양자로 입적했다.

'범죄이력자를 교화시켰다'는 그럴듯한 명분까지 얻은 B는 A를 자기 집으로 들어와 살게 했다.

당시 B는 아들 C와 며느리에게 '형'으로 부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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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 돈으로 흥청망청 바람피운 연하 내연남

A와 B의 달콤한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A는 B가 주는 돈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나가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 또 술만 마시면 폭력 성향을 드러냈다.

참고 지내던 B는 2009년 환갑을 맞자 '돈도 다 잃고 버림받기 전에 내가 버리자'며 무서운 계획을 짜기 지작했다.

B에게 결별 통보하면 난동을 부릴 것이 뻔해 아예 죽여버리기로 한 것.

내연남 앞으로 7억 보험…아들 부부와 수면제 사모아

B는 2009년 11월 아들에게 'A가 괴롭힌다' '거액의 보험을 든 뒤 자살로 위장해 죽이자' '보험금이 나오면 나눠주겠다'며 설득, 범죄에 끌어들였다.

이어 A 이름으로 12개의 보험을 들었고 A 사망 시 수령자를 B와 아들 C로 했다.

B는 다량의 수면제로 A를 살해키로 하고 아들 부부와 함께 전국을 돌며 졸피뎀 등 수면제 87알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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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즙에 다량의 수면제…잠에 취하자 연탄난로 뚜껑 열어 놓고 외출

B는 2010년 2월 9일 저녁 A가 평소 먹던 홍삼 즙을 넣어 놓은 물통에 수면제를 갈아 털어 넣었다.

이어 2월 10일 새벽, A를 깨워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가야 하니 홍삼 즙을 마신 뒤 좀 더 자라'며 홍삼 즙을 마시게 했다.

A가 잠에 취하자 B는 거실 연탄난로 뚜껑을 열어 놓고 동네 목욕탕으로 가버렸다.

10시간 뒤 돌아와 방독면 쓰고 새 연탄 갈아 넣어…확인 살해

B는 사우나에서 10시간가량 보낸 뒤 오후 집으로 와 방독 마스크를 쓰고 새 연탄을 갈아 넣었다.

보다 확실하게 연탄가스(일산화탄소)에 중독시키기 위한 악마의 짓이었다.

방독 마스크를 쓴 채 안방에 있던 B는 A가 숨진 사실을 확인하자 집 밖으로 나갔다.

"우리 아들이 가스 먹었다, 아직 몸이 따뜻하니 빨리 와 달라" 119

2010년 2월 10일 저녁, B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 119 녹취록에는 "119죠? (네, 말씀하세요) 우리 아들이 가스 먹은 것 같아요. (가스 중독요?) 아직 몸이 따뜻하니까 빨리 오세요"라는 음성이 녹음 돼 있었다.

훗날 경찰은 인근 CCTV에 '방독 마스크를 착용한 B가 집 앞을 서성이는 모습'과 '119에 전화'하는 장면을 확보했다.

부검 결과 '1회 복용량 80배 수면제 성분'…결정적 증거 없어 미제 사건

부검 결과 A의 몸에서 1회 복용량의 80배가 넘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자 경찰은 B를 유력 용의자로 올려놓고 수사를 했다.

또 보험사들도 A 사망 직전 여러 건의 보험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 추궁에 B는 '재테크 목적으로 보험 가입', '연탄가스 사고'라며 완강히 버텼다.

경찰은 의심은 가나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남겨 놓았다.

2년 뒤 재수사 착수…아들 부부 집중 추궁, 실마리 풀려

2년 3개월이 흐른 2012년 5월, 미제 사건을 넘겨받은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재수사에 나섰다.

광수대는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수사 초점을 B의 아들 C 부부에 맞추기로 한 것.

C의 집에서 압수한 PC에서 '수면제 구입 방법'을 검색한 기록을 찾은 광수대는 C 부부를 압박, 며느리로부터 "시어머니 부탁으로 수면제를 사 모았다"는 실토를 받아냈다.

'같이 죽으려 수면제 구입' 항변했지만…

B는 경찰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건 사실이지만 같이 죽으려 했다"며 수면제 구입은 시인했지만 '연탄가스 중독사' 주장만은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보험계약, 수면제 구입, 방독마스크 착용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B의 살인 혐의를 인정, 징역 20년형을 선고하면서 '수면제 구입 현장에 단순히 따라갔다'는 며느리 주장을 받아들여 '죄 없음'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은 며느리에 대해서도 공모 혐의를 인정해 유죄 선고를 하는 한편 어머니의 범행을 만류하기는커녕 대놓고 도운 아들의 형량을 높였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