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장 남은 표 잡고 고향갑니다"…귀성객들 '설렘 가득'

연휴 하루 앞두고 서울역 귀성객 북적…대합실 의자 빈자리 없이 '빽빽'
연차 쓰고 하루 일찍 귀성길…손에는 가족과 먹을 롤케이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고향인 포항행 기차를 타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유수연 기자 = "예매 대기 걸어놓고 이틀 기다렸어요."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만난 대학생 구은수 씨(24·여)는 "기차표가 이 시간밖에 없었다. 가족끼리 다 같이 오랜만에 모이는 터라 재밌을 것 같다"며 고향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남 진해가 고향이라는 임건우 씨(22·남)는 "고향에 갔다가 서울에 오는 표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걸 반대로 잡았다"며 "다시 들어가서 지금 딱 하나 남아 있는 표를 간신히 잡았다"고 웃었다.

올해 한가위는 주말을 포함해 5일이나 되지만 표를 예매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하루 일찍 고향을 찾기로 선택한 귀성객들로 인해 평일 오전 8시 이른 시각부터 서울역 대합실은 매우 붐볐다.

대합실에 놓인 의자는 빈자리 없이 빽빽이 차 있었고 미처 앉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열차 출발 안내 시각을 표시한 전광판 앞에서 들뜬 표정으로 계속 교통편을 확인했다. KTX 열차표는 전부 매진이고 새마을호 기차표만 소수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어림잡아 약 50명이 매분 끊임없이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한 여성은 전화 통화로 "엄마, 나 기차 타러 가"라며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여행 가방을 끌며 급하게 뛰어가자 철도공사 직원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추석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귀성객들은 저마다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낀 조희정 씨(24·여)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는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엄청 좋다!"고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날 직업능력개발원 수업이 있었지만 주말에 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결석하고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조 씨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기대된다"면서 설레는 표정으로 술을 먹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6개월 만에 고향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장민석 씨(25·남)는 "회사에 다니느라 편찮으신 할머니를 자주 못 뵀는데 이렇게 갈 수 있어서 좋다"며 "표를 구하는 게 힘들어서 어제 버스 타고 가려다가 온라인으로 보니 오늘 기차를 탈 수 있길래 연차를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 모 씨(25·여)는 "아르바이트하느라 여름방학 때 집에 못 갔는데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 보낼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며 "특히 집밥 먹을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정 씨 손에는 가족들과 함께 먹을 계획이라는 롤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긴 연휴를 맞아 추석 당일 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0대 남성 A 씨는 "추석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하루 연차를 쓰고 추석 전에 여자 친구와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