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서 '며느리 인정' 않자 기어코 낳은 딸…그녀는 왜 그 딸을 죽였나

초혼남과 결혼한 싱글맘, 남편 "보육원 보내겠다"에 발끈[사건속 오늘]
찜통기에 익사시켜…시댁도 남편도 "처벌 안 원한다", 징역 7년 선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1월 24일 자 '사건 속 오늘'은 가슴 아픈 내용이다.

아들을 데리고 시댁의 반대 속에 초혼 남성과 재혼한 싱글맘이 결혼 13년 만에, 노산의 고통 끝에 얻은 귀한 딸을 제 손으로 죽였다.

부부싸움 도중 남편이 "이혼하고 딸은 보육원에 보내버리겠다"고 하자 "그렇게 버려질 바에야 죽는 것이 낫다"며 생후 50일밖에 안 된 딸을 익사시켰다.

그 자신도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뇌와 심신 기능이 저하됐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남편과 시댁도 재판부에 '처벌하지 말아달라'며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정신감정 의뢰한 檢, 영아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2015년 11월 24일 서울 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조호경)는 A 씨(당시 40세)를 영아 살해 혐의(살인)로 구속기소 했다.

기소에 앞서 A 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한 검찰은 '뇌와 심신 기능이 저하됐다'는 결과가 나오자 '판단력 상실에 따른 우발적 행동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치료감호 및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아울러 청구했다.

초혼남과 결혼한 싱글맘, 시댁 반대에 마음고생…결혼 13년 만에 드디어 딸을

A 씨는 전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을 데리고 14년 전 1살 연상인 남편 B 씨와 결혼했다. 당시 시댁에선 초혼인 아들이 싱글맘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 A 씨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A 씨는 남편과 사이에 아이라도 있으면 시댁의 인정을 받을까 싶었지만 두사람 사이에 아이는 들어서지 않았다.

그 일로 남편과도 갈등을 빚던 중 결혼 12년 만인 2014년 10월 아이를 가지게 됐다.

노산의 어려움 속에 2015년 8월 11일 마침내 딸을 낳은 A 씨는 기쁨은 잠시 육아에 지쳐갔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육아 문제로 싸움…남편 "이혼 후 딸 키우다 힘들면 보육원"

비극은 그해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8월 29일 닥쳤다.

연휴 내내 딸을 보느라 지친 A 씨는 남편에게 '왜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냐'며 부부싸움 했다.

화가 난 남편 B 씨는 욱하는 마음에 '이혼하고 내가 아기를 키우다가 정 힘들면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A 씨는 밤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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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근하자 찜통기에 더운물 받아 딸 익사시켜

2015년 9월 30일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하자 A 씨는 오전 7시쯤 찜통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더운물을 받아 가득 채웠다.

이어 딸을 데리고 들어간 뒤 찜통기 안으로 딸 머리를 거꾸로 한 채 밀어 넣었다.

얼마 뒤 딸은 울음을 그치고 말았다.

퇴근한 남편, '딸은 내가 좋은 곳으로 데려갔다' 메모에 혼비백산…시동생이 조카 시신 발견

그날 저녁 퇴근한 B 씨는 화장실 앞에 붙은 '딸은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가겠다. 미안하다'는 메모를 발견하고 놀라 급히 파출소로 뛰어갔다.

이와 동시에 동생에게 '집으로 빨리 와 달라'고 연락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형의 집으로 온 A 씨의 시동생은 오후 8시쯤 목욕탕에서 조카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놀란 B 씨와 형사대가 집으로 온 가운데 A 씨는 남편에게 "나도 죽어 버리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위치를 추적한 결과 A 씨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광장 부근 공중전화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얻어 오후 10시쯤 A 씨를 검거했다.

딸 사인은 익사…엄마 "딸도 죽이고 나도"

발견 당시 딸 얼굴은 더운물 때문인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코 윗부분 얼굴은 피가 엉겨 있는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다.

경찰에서 A 씨는 "딸을 보육원에 보낸다는 남편 말에 그럴 바에는 애를 죽이고 나도 죽고, 여기서 끝낼 작정이었다"며 "바다에 빠져 죽으려고 소래포구로 갔다"고 진술했다.

임병숙 양천경찰서 형사과장이 2015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에서 열린 '생후 50일 딸 살해 어머니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15.10.1/뉴스1 ⓒ News1 DB

변호인, 검찰 측 주장 모두 인정…재판, 피고인 심문 없이 신속 진행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A 씨는 "잘못했다"고 흐느꼈다.

재판부는 1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이 모든 증거에 동의하자 별도의 피고인 심문 절차를 생략하고 한 달 뒤 2차 공판을 열겠다고 결정했다.

남편과 시댁 '처벌 불원서' 제출…친정 동생 '출소 후 치료하겠다' 약속

이날 재판 때 남편과 시댁은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 선처를 호소했다.

'뇌와 심신 기능 저하' 판정을 받은 A 씨에 대해 친정 동생은 "출소 후 꾸준히 치료하고 보호하겠다"며 성년 후견 청구를 신청했다.

法, 징역 7년과 함께 치료감호 명령

1심 선고는 2016년 2월 중순으로 예정됐으나 검찰이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하는 바람에 2016년 3월 25일 열렸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징역 7년 형과 함께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치료 감호를 받은 뒤 옥살이를 한 A 씨는 출소해 조용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