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에 팔려온 자매견…비 맞으며 밭지킴이로 전락[가족의 발견(犬)]

유기견카페 너와함개냥에서 보호 중인 강아지들

비가 오면 잠기는 위치에서 묶여 살던 애나. 옷은 봉사자가 입혀줬다. (너와함개냥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지난해 경기도 양주시의 한 시골장에서 할아버지는 단돈 2만원에 강아지 두 마리를 샀다. 일상을 함께할 반려견으로 키우려고 데려온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가꾸는 밭 옆에 묶어두고 다른 동물이나 낯선 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우리나라 도심 외곽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밭지킴이견'. 그것이 두 마리 강아지의 운명이었다.

강아지 두 마리는 밭을 잘 지켰을까.

밭 옆에 묶여 방치돼 있던 강아지들을 발견한 건 근처에서 길고양이를 관리하던 돌봄 봉사자였다. 봉사자는 보이지 않는 건물 뒤편에서 심하게 짖는 소리를 듣고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사람을 경계하려고 짖은 게 아니었다. 돌봄 봉사자가 다가가자 두 마리는 짖음을 멈추고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우리를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듯이 말이다.

밭지킴이견으로 짧은 줄에 묶여 살던 애나 (너와함개냥 제공) ⓒ 뉴스1

강아지들이 지내는 환경은 처참했다. 폭우가 쏟아졌던 그날, 강아지들이 살던 공간은 비가 오면 잠기는 위치로 제대로 땅을 밟고 서 있기 힘들었다. 사료는 잔뜩 담겨 있었지만 곰팡이가 가득했고, 마실 물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봉사자가 갖고 있던 고양이용 사료와 물을 주자 강아지들은 허겁지겁 먹었다.

봉사자는 "추운 겨울에 비를 맞고 오돌오돌 떨고 있던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주인 할아버지에게 허락받고 할 수 있는 만큼 환경을 개선해 주고 개들을 챙겨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름도 없이 지내던 강아지들에게는 '애나'와 '지나'라는 이름도 생겼다. 하지만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밖에서 살아가는 개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여름, 봉사자는 지나와 애나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나는 지난 6월 5마리 새끼를 낳았고, 애나도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두면 새끼들도 어미와 같은 삶을 살아가겠구나"라는 걱정이 밀려왔다.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로부터 다른 시골로 개를 모두 보낼 거란 얘기를 들었다.

밭 옆에 묶여 새끼를 낳고 돌보던 지나 (너와함개냥 제공) ⓒ 뉴스1

애나와 지나의 사연을 접하고 도움의 손을 내민 건 유기견카페 '너와함개냥(대표 김영희)'이었다.

김영희 너와함개냥 대표는 "사연을 보며 봉사자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고, 복날을 앞두고 개들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구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봉사자는 "구조 전화를 받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면서 "어미개 두 마리도 벅찬데, 새끼들까지 있는 대가족이라 하루빨리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구조 후 만삭이었던 애나는 6마리 새끼를 낳았다. 애나와 지나는 육아를 마치는 오는 10월부터 사상충 치료와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7월 4일 출산 후 새끼를 돌보는 중인 애나 (너와함개냥 제공) ⓒ 뉴스1

김영희 대표는 "새끼들은 예방접종 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며 "애나와 지나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건강하고, 사람에게도 매우 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부터 치료, 입양이라는 긴 길이 남은 애나와 지나 가족들에게 남은 견생을 따뜻하게 채워 줄 가족들이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소망을 전했다.

너와함개냥에서 보호 중인 지나(왼쪽)와 애나 (너와함개냥 제공)ⓒ 뉴스1

지나, 애나 / 2살(추정) / 믹스견 / 암컷/ 9㎏ / 2023년생 추정

문의 유기견카페 너와함개냥

◇ 이 코너는 뉴트로 사료와 그리니즈 덴탈관리제품 등을 제조하는 '마즈'가 응원합니다. 한국마즈는 새 가족을 만난 강아지, 고양이의 행복한 새 출발을 위해 펫푸드를 선물합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