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으로 착각해 순간접착제 눈에 넣은 여성…응급실 20곳서 거부

(SBS 갈무리)
(SBS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응급실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눈에 순간접착제가 들어간 여성이 이틀 뒤에야 치료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3일 SBS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달 31일 A 씨는 서울 자택에서 순간접착제인 속눈썹 연장제를 안약으로 착각해 눈에 넣는 실수를 했다.

눈꺼풀이 달라붙어 놀란 A 씨는 119에 전화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살짝 보이는 눈 안쪽은 염증으로 검붉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마친 구급대원 2명은 A 씨를 받아줄 응급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병원 20여 곳 중 A 씨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결국 구급대원들은 A 씨에게 스스로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A 씨는 이틀이나 지난 평일에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응급 환자를 사전에 거부하는 것은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추락사한 17세 청년의 사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구급대는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는데,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낸 6개 병원 가운데 환자를 직접 본 후 치료를 거부한 4곳은 모두 행정처분을 받았고, 전공의 1명은 기소까지 됐다. 반면 구급대원이 전화로 문의했을 때 '아예 안 된다'고 사전에 거부한 2곳은 행정처분을 따로 받지 않았다.

이 처분 직후 수도권의 한 대형 병원장은 "신경외과, 소아과 등 배후 진료 여력이 안 되면 전화 단계에서 아예 안 된다고 말하라"고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