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 100명, 142가정서 근무 시작…업무 범위 '모호'
서울시, 직원 투입해 각 가정에 안내
임금 차등 적용 두고 대통령실·정부 고심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고용노동부의 시범 사업으로 도입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3일 서울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사업이 내년 전국 확대를 앞둔 가운데 고임금과 불명확한 업무 범위로 인한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이날 서울 내 142 가정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달 6일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전날까지 전국고용서비스협회와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제공하는 160시간의 직무교육과 한국어 교육 등 특화교육을 이수했다.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된 이용가정 모집에는 총 731가정이 신청해 157가정이 선정됐다. 이후 신청 변경·취소 등으로 최종 142가정이 매칭됐다.
서울시는 이날 사업 첫날인 만큼 전담 부서는 물론 여성가족실 산하 다수 공무원들을 가사관리사와 1대1로 매칭해 각 가정으로 파견했다. 가사관리사들은 평일 오전 8시~오후 8시의 범위 내에서 신청 유형에 따라 전일제(8시간), 시간제(4시간·6시간)로 근무하게 된다.
사업이 시작된 가운데 가사관리사들의 임금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범 사업 이용 가정은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과 4대 사회보험(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을 반영해 일 8시간 기준 매달 238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이 471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 절반을 가사 관리사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시범 사업에서 선정가구의 33.8%는 강남 3구에 몰렸다.
임금을 낮춰야 소득에 상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법무부에 E7 비자 직종에 '가사사용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임금 인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직접 국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 토론회를 열고 임금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여당도 비용 인하를 추진 중이나 가사관리사 임금 인하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불명확한 업무 범위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가사관리사 제도는 아이 돌봄을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원칙적으로 돌봄과 상관 없는 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다만 '돌봄에 수반되는 가사 업무'의 범위를 두고는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날 구체화된 업무범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실제 상황에서의 업무 범위 구획에는 모호함이 따를 전망이다.
예컨대 가이드라인은 '6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간단한 청소(청소기·밀대걸레를 사용한 거실청소, 바닥 위주의 욕실 물청소)'는 허용 항목으로 분류했지만 '입주청소 및 특정 영역에 대한 집중 청소'·'육아와 관련한 손걸레질 및 손빨래' 등은 비허용 항목으로 분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 범위는 각 가정이 서비스 제공 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1차적으로 서비스 제공 업체가, 2차적으로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3자 운영 협의체'가 중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종 선정된 157가구 가운데 15가정이 사업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이날부터 사업 참여자 모집을 상시 접수로 전환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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