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데 처벌 받을까요?"…딥페이크 성범죄 고백 쏟아진 법률 카페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딥페이크 성범죄에 가담한 이들이 성범죄 사건에 대해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자신들이 한 일을 털어놓으며 자문한 정황이 포착됐다.
30일 온라인상에서는 성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주는 한 카페에 전날 올라온 글들이 갈무리돼 확산했다.
'죄송합니다제발'이란 닉네임을 쓰는 회원은 '겹지방(겹지인방) 팠었습니다'란 제목으로 "딥페이크 지역방 외 겹지방을 별도 인증받아서 운영했었는데 이거 그냥 합성보다 (죄가) 큰 거냐. 방에 들어올 때 실제 사진을 인증하는 형식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인데 이거 문제 되냐"는 내용의 글을 썼다.
글에 "합성보다 중대한 죄다. N번방 때도 수사 집중 대상이 방장이었다"는 댓글이 달리자, 해당 글을 쓴 학생은 "방폭했는데(방 없앴는데) 인증 사진은 다 받았다. 그렇게 따지면 (방에 들어온 사람도) 다 같은 거 아닌가. 지웠는데 텔레그램에서 어떻게 하는지?"라며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이를 만 15세라고 밝힌 다른 회원은 "전 개인정보 유출, 영상 제작, 협박만 했다"며 "어차피 촉법이라 큰 문제 없을 것 같긴 한데 조사는 받으려나"라고 썼다.
또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A 씨는 "단순 시청은 문제 안 되는 거냐"며 "단순 제작하고 제작 신청했는데 처벌 안 받는 거냐"고 물었다.
서울에 거주하며 '고교지인능욕방'에 있었다는 10대 B 군은 "친구 추천으로 따라서 가입한 뒤 들어갔다가 몇 번 사진 업로드했는데 이거 걸리는 거냐. 텔레그램인데 수사 안 걸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며 걱정했다.
또 다른 서울 거주자 30대 C 씨는 "호기심에 연예인 딥페이크 해보고 SNS에 올린 적 있다"고 고백하며 "처벌 대상인가? 요즘 겁나 들쑤시길래. 돈 받고 판 적도 있는데 괜찮겠지"라고 썼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합성한 걸로 5년 형은 좀 너무하다고 생각함. 조 단위 코인 사기 친 대표는 3년인데", "딥페이크 이번에 너무 크게 터트리는 거 아닌가. 여시N번방 때는 어찌저찌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나?",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너무 시끄러우니까 쫄림" 등의 뻔뻔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범죄 고백 카페네. 저기 글 보고 싹 잡아서 조사하면 되겠다", "잘못된 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네. 인간이냐", "네이버 실명인증제인데 쟤네부터 잡자"며 분노했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방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지인 능욕방'이 지역, 학교 단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모습이다. 각 대화방에는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상에서 '겹지방'(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채널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 겹치는 여성 지인의 정보를 공유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하는 방식의 범죄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인 얼굴 사진을 올리면 음란물 영상에 합성해 공유하는 식이다.
현재 엑스(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해자가 있다는 학교와 지역 명단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상태다. 제보된 학교만 300곳이 넘는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내년 3월 31일까지 사이버수사과에 '허위 영상물 집중 대응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TF는 지난 26일 자동으로 딥페이크를 생성하는 '텔레그램 봇'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이외에도 '지인능욕' 등 허위 영상물이 유통되는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대한 첩보를 발굴하고, 피해 사례가 확인되면 즉각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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