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강당 모아 "조심해" 남학생엔 "축구해"…학교 '딥페이크 교육' 한심

현직 교사,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교육 현실 토로
"현행 성교육 한계…성평등 교육법 꼭 제정해야"

전국교직원조합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8.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기자 = "여학생들만 따로 강당에서 교육하고, 남학생은 운동장에서 축구했다."

10대 사이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를 놓고 현직 교사가 토로한 교육 현장의 현실이다.

장병순 부산 기장초등학교 교사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딥페이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사는 "피해자가 발생한 어떤 학교에서는 여학생들로만 따로 강당에서 각별히 주의하라고 교육하고, 남학생은 운동장에서 축구했다고 한다"며 "잠재적 피해자들은 전전긍긍 불안에 떨고 있다. 젠더 폭력이 작동하는 사회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사는 디지털 성범죄 앞에 무력한 공권력 탓에 학생과 교사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사는 "학생들에게 일단 신고하면 대응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한편으론 회의적"이라며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수사가 어렵다, 증거가 없어서 안 된다,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 단순 소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핑계 앞에서 좌절하는 피해자들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은 밤을 새워 SNS 사진을 삭제하거나 내리고 있다"며 "텔레그램에 가입한 남학생이 누군지 서로 확인하고 있고, 교사들도 텔레그램을 새로 깔아 자기가 피해자인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 교사는 현행 성교육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사는 "모든 폭력을 법과 죄의 무게로 중대하게 다루고 반대해야 하며 장난이나 호기심 같은 말로 용인하면 안 된다. 온정을 베풀어선 안 된다"며 "지금의 교육부 성교육은 성폭력 고리를 끊는 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성평등 교육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