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음료에 체액 넣은 남성…"컵 훼손" 고작 '재물손괴' 혐의

(SBS 뉴스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카페 여직원이 마시던 음료에 체액을 넣은 남성에게 '재물손괴죄'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여자대학교 앞 카페에서 여직원의 음료에 자신의 체액을 넣은 20대 남성에게 음료 컵을 훼손했다는 내용의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됐다.

CCTV에는 주문을 마친 남성은 여성 직원이 등을 돌린 틈을 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직원 A 씨가 마시던 음료 컵에 넣는 장면이 담겼다.

음료 맛이 이상하다고 느낀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음료에 남성이 체액을 넣은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고 감정적으로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20대 남성은 직원이 음료를 마시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카페를 나섰다. 그는 추적을 피하려 개인정보가 남지 않는 쿠폰으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성적 불쾌감이 컸지만 남성에게 적용된 혐의는 음료 컵을 훼손했다는 내용의 재물손괴뿐이었다. 이에 A 씨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SBS 뉴스 갈무리)

지난해 9월 경남 사천의 고등학교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남학생도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교사는 "혼자 있어도 환청을 들었다. 그 정도로 너무 바들바들 떨리고 무섭다. 텀블러값 3만 5000원. 정말 내 상처가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현행 형법상 강제추행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기준으로만 적용된다. 지난 2021년 9월 여성이 입고 있던 옷에 체액을 묻힌 경우 재물손괴와 함께 강제추행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2020년 피해자의 텀블러를 몰래 가져가 6번이나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남성은 재물손괴로만 처벌받았다.

국회에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이 접촉하도록 한 사람을 성범죄로 처벌하자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