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폭염 사업장에서 쓰러질까 두렵다"…불거진 직장 내 '에어컨 갑질'
"노동자에게 냉방 제공하지 않는 건 위법"
"냉방 장치 강제 규정·작업중지권 필요"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 여름에 기온이 평균 38도까지 오르는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너무 더워서 구토감, 어지럼증을 호소하지만 대표는 에어컨 설치를 미루고만 있습니다. 직원 평균 연령은 50대 이상이고 70대 이상인 직원도 있습니다. 모두가 쓰러질까 두려워하며 일합니다.
# 제가 일하는 식당 사장님은 손님이 있을 때만 에어컨을 켤 수 있게 해줍니다. 주방에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열기로 고통받고 있지만 직원이 에어컨을 켜면 사장님은 바로 꺼버립니다.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럽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5일 직장에서 냉방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에어컨 갑질'을 당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동자에게 냉방을 제공하지 않는 사업주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 제2호에 따라 사업주는 '옥외장소, 옥내장소 구분 없이'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는 등 건강 장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와 제52조는 심각한 폭염에 따라 열사병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다단계 하청 구조와 고용 불안정성,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등 문제로 실제 작업 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장은 극히 일부인데다 안전보건규칙은 확장성과 구체성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냉방 장치가 필요하지만 이를 강제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기후 위기로 극단적인 기상 상황이 잦아진 걸 고려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냉난방장치 설치 의무와 날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아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또 노동자의 작업 중지권에 대한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정부 차원에서 불이익 처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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