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땀에 흠뻑 젖은 92세 치매 여성…1분 1초 급했던 순간

"92세 치매 어머니, 일어나보니 안 계세요" 실종 신고
염창지구대 경찰관 출동…신고 접수 29 분 만에 구조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의 모습.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20일 오전 잠에서 깬 A 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92세의 어머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집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어머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요. 어떡해요."

경찰이 A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시간은 이날 오전 6시 46분이었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1분 1초가 급했다. 서울 강서경찰서 염창지구대 경찰관 5명은 A 씨와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 단지(서울 강서구 소재)로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A 씨를 만나 어머니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거동이 불편하다'는 A 씨의 말이 맞는다면 분명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20여 분간 거주지 인근을 아무리 수색해도 A 씨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어, 지하 주차장 2층에 앉아계신 할머니 봤는데."

주민들을 탐문한 결과 목격자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은 곧장 아파트 지하 주차장 2층으로 달려갔다. 서늘한 공기의 지하 주차장도 찜통더위에 못 이겨 습식 사우나처럼 변한 상태였다.

A 씨의 어머니는 웅크리고 앉은 채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발견된 장소는 2층 주차칸에 설치된 뒷바퀴 경계석 위였다. B 경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할머니를 뒤에 두고 쪼그려 앉았다. A 씨의 어머니를 업은 B 경장의 등도 이내 땀 범벅이 됐다.

신고 접수 29분 만인 오전 7시 15분, 치매 노인 구조에 성공했던 순간이다. B 경장은 "제 등에도 땀이 묻었을 정도로 어르신이 땀을 많이 흘리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머니와 조우한 A 씨는 고개를 숙이며 경찰관들에게 연신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92세의 할머니도 염창지구대 경찰관들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뭐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경찰 관계자는 "폭염 속에서 거동이 불편한 치매 환자 어르신을 신속히 수색하고 발견해 안전하게 가족에게 인계한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