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쐐애애'~밤잠 설친 시민들…매미들도 억울하답니다 [괴물폭염]⑦
밤낮없는 80dB 우렁찬 울음소리…소음 공해 넘은 '소음 공격'
"기후 위기 따른 폭염·열대야 때문…처절한 생존 경쟁의 소리"
-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맴맴' '쐐애애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대로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한 모 씨(29)는 최근 매일 밤 차 소음보다 크게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에 잠을 설친다.
한 씨는 "집이 저층이라 높게 뻗은 가로수보다 조금 위에 있는데 매미 울음소리가 새벽까지 들린다"며 "계속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귀가 먹먹해진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사는 김 모 씨(49)도 저녁에 산책하다 매미 소리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 씨는 "아파트 단지를 나오면 가로수가 일렬로 쭉 있는 거리가 있는데 귀가 멍할 정도로 매미 소음이 심해서 길목을 벗어나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고 말했다.
한여름을 맞아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가 '도시의 불청객' 취급을 받고 있다. 산림 해충으로 분류되는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끄럽게 울어 소음 공해를 넘어선 '소음 공격'을 일삼는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60~80데시벨(dB)로, 현재 서울 도심에 가장 많은 말매미와 참매미는 80dB로 운다. 80dB은 철도, 전철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맞먹는다.
특히 말매미는 '쐐애애애'하며 이어지는 소리를 지속해서 내는데, 다른 매미 중에서도 목청이 단연 으뜸이다. '맴맴' 하며 끊어서 울어 여름의 운치를 자아내는 참매미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낸다.
또 매미 울음소리의 음역대는 3000~5000헤르츠(Hz)로, 사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주파 대역이다. 장시간 노출될 경우 소음성 난청이 올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거센소리를 내며 맘껏 울어대는 매미는 도시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지만 매미도 억울할 수밖에 없다. 매미가 밤낮으로 우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다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원래 낮에만 주로 활동하는 주광성 곤충인 매미가 밤에도 울게 된 주요한 원인은 기후 위기에 따른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박병권 도시생태연구소장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조류가 줄어드는 등 서식지 환경이 변해 매미의 수가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며 "이렇게 늘어난 매미들이 자신들이 활동하기 유리한 기온인 27도 안팎의 날씨가 밤까지 이어지는 데다, 가로등 등 다양한 불빛까지 있어 야간에도 매미들의 울음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는 "도심의 인공구조물이 폭염으로 인해 낮에 달궈져 뜨거워진 상태로 유지되고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미의 활동 시간이 길어졌다"며 "말매미가 발생시키는 소음 공해는 향후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매미들이 밤을 낮으로 착각하고 있어 이들의 울음소리는 밤에도 낮과 다름없이 거세다. 밤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울음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 소리를 낮출 리 없다. 이 대표는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서 생활하고 평균 2주 정도를 사는데, 그사이 수컷 매미는 경쟁하며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낸다"며 "매미의 울음은 처절한 생존의 소리"라고 강조했다.
8일 최고 기온 33도에 달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서울은 9일째 폭염 경보가, 18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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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고 기온 기록이 연일 경신되고 있다. '가마솥더위' '불볕더위'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말 그대로 무더위 기세가 '괴물'에 가깝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괴물폭염'이 바꿔놓은 일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