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간 인천 주민들, 개 사료 요구…약 사오라 지시도" 공무원 분통
"전기차 화재, 자연재해 아냐…사유지에서 사유재산 피해"
"스프링클러 미작동, 책임과 보상은 관리사무소에 있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입주민들이 폭염 속 단전·단수 고통을 겪는 가운데, 대피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고충을 토로했다.
화재가 발생한 청라의 한 아파트 대피소에서 근무 중인 공무원 A 씨는 지난 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호갱노노' 내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현재 해당 단지 주민들께서 대피소에서 하고 계시는 행위를 보면 지금 수준 이상의 추가적인 지원은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고 운을 뗐다.
글에 따르면 전날 저녁까지 일부 주민들이 대피소에 개나 고양이 사료를 요구했다. A 씨는 "화재 당일에만 요구하셨다면 '경황없는 대피로 인해 어쩔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여전히 사료를 요구하시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말했다.
A 씨는 일부 주민들의 도시락 투정 및 기본 보급품 외 무리한 요구도 지적했다. 그는 "삼시세끼 매일 도시락만 드시면 질리는 거 알고 있다. 그러나 대피소 내의 도시락 맛없다고 다른 메뉴로 바꿔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한 분도 아니고 몇 분 정도 계신다"며 "샤워 타올, 바디 워시, 스마트폰 충전기 하물며 보드게임 등 정말 다양한 물품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대피소에 계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본인 자제분 두통 있다며 약도 없냐고, 약 좀 사 오라고 지시하시는 거 보고 한 말씀 드리고 싶었으나 이번에도 '참을 인(忍)' 자를 새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A 씨는 대피소 시설에 불만을 갖고 쾌적한 시설로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피소는 매뉴얼에 따라 물자, 시설, 환경이 정해져 있다. 본인들이 불편하다고 특정 기업의 연수원을 열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이 순간에도 정말 많다. 그러나 해당 시설을 오픈하고 말고의 문제는 그 기업의 권한이지, 공무원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근방의 숙소를 권해드리면 '모텔을 어떻게 가냐'고 되묻고, 호텔을 권해드리면 '화재 피해자인데 시에서 금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고 적었다.
특히 A 씨는 이번 화재가 자연재해나 국가의 귀책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며 "사유지에서 사유재산으로 인해 사유재산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여기 계신 분들의 일부, 아니 대다수가 본인이 이미 특혜 수준의 지원을 받고 계신 걸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직후부터 각 동 그리고 구청까지 자발적으로 비상근무 체계로 운영해 24시간 동, 구 직원들이 대피소에 상주하고 있다"며 "현금이 없거나 못 쓰게 된 상황이 아닐뿐더러 주변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까지 운영이 불가한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심란하실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누군가는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몰상식한 일부 사람들을 말리기 위한 상식적인 다수의 사람이 한 분도 나서지 않고 지금까지 방관하고 계시다는 건 모두가 같은 수준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 정도 화재면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맞다'는 글이 보여서 직책, 직위 내려놓고 적는다"며 "현재 온라인을 통해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코나, 볼트 등의 사례)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을 경우 차량 3~4대 정도의 손실만 발생하고 화재가 번지는 걸 막았다는 분석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러분의 단지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대형 화재로 번졌음에도 대체 무엇을 위해서인지 일부러 쉬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편적으로 스프링클러 미작동에 의한 화재 확산의 책임 소재는 명확히 관리사무소에 있고 관련 판례 또한 있다. 화재 보상에 대한 민원은 공무원이 아닌 여러분 단지의 관리사무소 측에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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