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 경무관만 따라다닌 유일한 경찰"…그는 '멋쟁해병'

인사 로비 의혹에도 여전히 같이 일하는 두 사람, 괜찮나
양부남 민주당 의원 "최근 5년새 유일…분리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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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최근 3년 6개월 동안 두 차례 이상 본인의 인사 발령지로 기존 부속실장(비서)과 함께 이동한 경무관은 조병노 수원남부경찰서장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무관은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찰 서열 네 번째 계급이다.

문제는 조 경무관의 부속실장인 최 모 경위는 '멋쟁해병' 멤버로 조 경무관의 승진을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멋쟁해병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소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인데, 이곳 멤버들이 논란에 휘말리면서 최 경위의 인사 청탁 의혹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최 경위는 현재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조 경무관의 부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인사 로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두 사람이 여전히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3년 6개월 동안 '함께 이동' 11건뿐

26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1월 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전보 발령난 경무관들 가운데 전임 부속실장과 함께 발령지로 이동한 사례는 총 11건에 불과하다. 지휘관과 부속실장이 함께 이동하는 것은 과거 관행이었으나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더욱이 시도 단위로 근무지가 바뀌었는데도 부속실장이 지휘관을 따라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것은 '11건' 중 2건을 차지한 것이 조 경무관과 최 경위의 사례라는 점이다. 최근 3년 6개월 동안 두 차례 이상 부속실장과 함께 발령지로 이동한 경무관은 조 경무관뿐이라는 의미다.

조 경무관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최 경위는 그의 부속실장이었다. 조 경무관이 서울청으로 오기 전 인천경찰청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으로 일할 때도 최 씨는 그의 부속실에서 근무했다. 부속실장은 지휘관 일정 관리나 의전 등 비서의 업무를 한다.

지난해 10월 30일자 경무관 인사 대상자 42명 중에서는 조 경무관과 김 모 경무관만이 부속실장과 함께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났다.

조 경무관은 <뉴스1>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청탁 의혹일까, 그저 '오버'였을까

최 경위는 지난해 '멋쟁해병' 이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메신저 단체방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출신의 송 모 씨에게 조 경무관의 승진 이야기를 언급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송 씨는 지난해 5월 '멋쟁해병'을 개설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공익제보자 김규현 변호사 등의 골프 모임을 주선한 인물이다. 송 씨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당시 해당 부대 지휘관이었던 임 전 사단장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하자 최 경위의 조 경무관 승진 이야기도 인사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하급자(최 경위)가 상사(조 경무관)의 승진을 청탁했다'는 의혹은 이례적이라 해석은 분분하지만 오는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 경무관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돼 이미 '뇌관'으로 떠오른 상태다. 조 경무관이 수사 외압 당사자로도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마약 조직과 세관의 마약 밀반입 공모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전화해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경무관과 최 경위의 관계를 두고는 추측이 무성하다.

두 사람이 지휘관과 부속실장의 통상적인 업무 관계를 넘어섰다가 의혹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경무관급 한 관계자는 "간부가 자신의 발령지로 기존 부속실 직원을 데려가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면서도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최근 구설에 오른 조 경무관을 보며 '그래서 최 경위를 데리고 다녔나'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경위의 충성심이 그를 다소 '오버'하게 했을 뿐 실질적인 청탁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 경위를 잘 안다는 경찰 한 관계자는 "조 경무관을 따라 수원남부경찰서로 이동한 것은 최 경위가 조 경무관을 그만큼 잘 따랐기 때문"이라며 "평소에도 최 경위는 '훌륭한 리더'라며 조 경무관을 향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씨의 계급이 관리자급도 아닌 경위에 불과해 청탁할 위치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청 때 쟁점 될까

다만 인사 로비 의혹의 사실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해도,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조 경무관과 최 경위가 여전히 함께 일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부남 의원은 "최근 3년 6개월 동안 두 번 이상 같은 근무지로 부속실장과 함께 발령받은 경무관의 사례는 조 경무관 이외엔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사안"이라면서 "조 경무관과 최 경위는 상사와 부하 관계를 넘어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진 만큼 두 사람을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