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수입 줄어"…오락가락 비 소식에 '찜통' 속 건설 노동자 한숨

예측 불가능한 비 소식에 공정 차질…"예보 잘 안 맞아"
폭염이 반가울 지경…"33도는 더운 것도 아냐"

지난달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따가운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지완 김종훈 기자 = "일을 해야 하는데 출근 시간에 비가 오면 출근을 못 하고 받는 소득이 달라지죠."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만난 관리자 A 씨는 "비가 오면 현장에서도 업무 진행이 안 돼서 공정에 문제가 생기고 지연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수도권에 장맛비가 오락가락하자 건설 노동자들의 피로가 높아지고 있다. 비가 오면 콘크리트 타설은 불가능하고 안전 문제도 있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일기예보조차 틀릴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 탓에 공정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는 일당이 중요한 일용직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와 같은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허탕을 칠 수밖에 없어 경제적 사정도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대치동의 한 신축 건물 공사현장을 담당하는 B 씨는 "소나기가 오면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1시간 이상 지속되면 철수한다"며 "예전에는 비가 와도 작업했는데 지금은 안전상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7월에 비가 많이 오면 그만큼 (공사가)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오산시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주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4.7.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B 씨는 "일기예보는 (자주 바뀌니) 참고만 하고 맹신은 안 한다. 비가 온다고 해도 실제로 안 올 수도 있으니 현장에 와서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근무자들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니까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도 마냥 놀 수 없고 현장에 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 청년주택 공사장에서 만난 60대 C 씨는 "일한 만큼 돈을 주니까 비가 오면 돈을 못 받는다"며 "16일부터 또 장마라고 하는데 그럼 한동안 일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C 씨는 "만약 일주일 넘게 비가 이어지면 강제로 쉬는 것"이라며 "우리 하청이 원청과 합의를 봐서 기일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이 뙤약볕 아래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8.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노동자들은 오락가락하는 빗방울보다 차라리 '폭염'이 반가울 지경이다.

C 씨는 "아직은 더운 것도 아니다"며 "35도 넘어서 누가 좀 쓰러지고 해야 더운 거지 요즘은 그런 일도 없다"고 했다.

수도권 전체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날 현장에서 측정한 낮 기온은 33.3도였다. 그늘에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아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온열질환 관리를 위해 건설 현장과 같은 야외 노동자들에게는 근로 시간 조정이 권고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폭염 특보가 나오면 자동으로 깃발을 세워 모든 작업자에게 근로 시간 조정을 알린다. 폭염주의보에는 50분 근로 10분 휴식, 폭염 경보에는 45분 근로, 15분 휴식하는 식이다.

A 씨는 "작업장에 식염정을 배치해 놓고 땀이 많이 빠지면 나트륨을 보충한다"며 "오후에는 아이스크림도 비치해 둔다"고 전했다.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신호수를 담당하는 40대 D 씨는 "출근 여부가 달라지니까 일기예보 매일 확인은 하지만 워낙 오락가락하고 불규칙해서 자주 바뀐다"며 "아무래도 다른 계절보다는 (비가 오면 수입이 줄어드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