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원주~분당, 7시간 택시 타고 기사 돈까지 빌려 간 '목발 손님'

(JTBC '사건반장')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7시간이나 운전한 택시 기사가 먹튀 피해를 당한 데 더해 돈을 뜯기기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뜨린 사연이 전해졌다.

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30년 차 택시 기사인 A 씨는 지난 3일 강원 남춘천역 인근에서 목발을 짚은 50대 남성 승객 B 씨를 태웠다. B 씨의 목적지는 10분 거리의 한림대 성심병원 근처였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B 씨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하차 후 다시 택시에 올랐다.

B 씨는 "급히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한다"며 "원주에 가 달라"고 했고 "왕복 비용으로 2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 씨가 1시간가량을 내달려 원주에 도착하자, B 씨는 현금 20만 원을 건네며 "물건을 사 올 테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5분 뒤 빈손으로 돌아온 B 씨는 갑자기 "사려던 물건이 원주에 없다"며 "성남으로 가 달라"고 말했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또 1시간을 달려 경기 성남 수내역으로 갔다. 그런데 수내역에 도착한 B 씨는 또다시 잠깐 내렸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더니 이내 황당한 부탁을 해왔다. 물건을 살 돈이 부족하다며 75만 원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A 씨가 거절하자 B 씨는 "그럼 아까 준 택시비 20만 원에 5만 원만 더해서 빌려달라"며 거듭 부탁을 해왔고, A 씨는 B 씨의 끈질김에 결국 5만 원을 더해 25만 원을 줬다. "춘천으로 돌아가는 택시비를 포함해 50만 원을 갚겠다"고 약속한 B 씨는 택시에서 내려 한 건물로 들어갔고 그대로 사라졌다.

A 씨는 B 씨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 봤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B 씨가 들어간 건물로 들어가 본 A 씨는 그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후문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B 씨를 수상쩍어하면서도 그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가 있었다. A 씨는 "B 씨가 양쪽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할 정도라고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아내와 사별한 이야기, 군대 간 자식 이야기를 터놓기도 했다. 또 B 씨가 당뇨가 있다고 해서 내가 마트에서 물도 사줬다"고 했다. 동정심을 이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B 씨가 가방에서 200만 원가량의 5만 원권 현금 뭉치를 꺼내 보이며 "돈을 세어봐 달라"는 부탁까지 했기에 먹튀를 의심할 수 없었다고.

A 씨는 "이날 하루 동안 7시간, 무려 300㎞를 달렸는데 사기를 당했다"며 "허탈함과 배신감, 상실감에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 범인 얼굴과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경찰 신고 후 사건 배당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