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23번이나 성추행, 저 짐승을 내 손으로"…흉기로 남편 눈 찌른 아내
딸 지키려 '살인 미수' …법원도 집행유예 선처[사건속 오늘]
시아버지 "혼자 벌어 가족 부양한 며느리, 선처해달라" 읍소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흔히들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한다.
남편을 죽이려 했던 아내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남편은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던 사건도 법이 눈물을 흘린 경우다.
◇ 검찰 "엄벌 필요하지만 시댁까지 선처 호소, 징역 3년"…딸 "엄마와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 눈물
2023년 8월 18일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 대해 "딸을 성추행한 남편을 해치려 한 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시아버지 등 시댁식구와 피해자인 남편(47), 딸 등 가족 모두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같은 유형의 범죄에 대해 징역 5년 이상을 구형하던 것에서 벗어난, 상당히 선처한 구형량이었다.
변론에 나선 변호인은 "A 씨는 생활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15년간 혼자 벌어 생계를 유지해 왔고 남편의 지속적인 폭언과 협박을 당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딸을 추행한 남편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려 범행에 이른 점을 참작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처벌을 피할 순 없겠지만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청했다.
엄마를 위해 법정에 선 딸은 "20년 가까이 혼자 일을 하면서 저를 키워오신 어머니를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며 "그런 어머니가 구속 기소돼 3개월여 떨어져 있었다. 더 이상 어머니와 떨어져 살고 싶지 않다"고 눈물을 흘렸다.
◇ 法 "죄질 무겁지만 엄마로서 딸을 보호하려 했다" 집행유예…검찰도 항소 포기
8월 25일 대구지법 형사11부는 "비록 A 씨의 범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살인에 이를 수도 있었던 점을 볼 때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다만 "어린 두 딸을 보호할 목적이었던 점, 남편에게도 책임이 있는 점,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며 A 씨를 풀어줬다.
검찰도 △ A 씨가 15년간 직업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가족을 부양한 점 △ 가족 모두 선처를 탄원한 점 △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으로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항소를 포기했다.
살인미수죄로 기소된 피고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A 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을 딱하게 여긴 결과다.
◇ 백수 남편 대신 생계 맡아 온 아내, '아빠가 23차례 성추행' 딸 말에 격분…남편 눈 찌르고 흉기로
A 씨는 2023년 6월 23일 0시 45분쯤 자기 집에서 자고 있던 남편의 두 눈을 흉기로 찌르고 잠에서 깨어난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 씨는 사건 며칠 전 둘째 딸로부터 "아버지가 성추행했다"는 말을 듣고 격분, '짐승만도 못한 XXX를 딸들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겠다'며 기회를 엿보던 중 이날 일을 저질렀다.
남편은 결혼 후 얼마 동안 일을 하다가 그만둔 뒤 빈둥빈둥 놀았다.
A 씨는 백수 남편을 대신해 쉼 없이 일해 두딸, 시아버지, 남편 생계를 책임져 왔다. 남편은 이런 아내에게 미안해하기는커녕 툭하면 욕설하는 등 A 씨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 아내 살인미수로 기소되는 바람에 들통난 친딸 성추행…검찰 10년형 구형
A 씨가 남편 두눈을 찌르는 바람에 남편의 친딸 성추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경찰과 검찰 조사 때 A 씨는 범행에 이르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남편을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친족 성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23년 10월 25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친딸들을 장기간 추행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가 극심한 점, 사실상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른 점,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0년형을 내려달라"고 구형했다.
11월 24일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친부로서 딸을 장기간 걸쳐 23차례나 추행하고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8년형과 함께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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