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추모 나흘째…밤샘 근무 후 분향소 달려온 中노동자

"돈 벌러 왔다가 사고…안타까워" 中 추모객들 행렬
"위로하는 마음으로 왔다"…"사고 원인 철저히 밝혀야"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4.6.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화성=뉴스1) 박혜연 김종훈 기자 = "숨진 사람 중에 스물세 살 희생자도 있다는데 너무 슬프다."

중국인 여성 A 씨는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1층에 차려진 시민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지난 24일 10시 30분쯤 대형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시 아리셀 공장의 인근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A 씨는 "저도 중국에서 왔다. (희생자 다수가) 같은 나라 사람들이니까"라며 "야근(밤샘 근무)을 마치고 왔다"고 말했다.

'아리셀 화재' 나흘째인 지난 2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은 영정 사진 하나 없는 분향소 앞에 이르러 눈물을 흘렸다.

화성시 마도면의 한 공단에서 근무한다는 한국계 중국인 남성 B 씨(40)는 "어제 야간 근무하다가 뉴스를 봤는데 분향소가 있다고 해서 왔다"며 "바로 오느라 복장도 못 갖춰 입었다"고 했다. B 씨는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운동복 하의를 입고 있었다.

B 씨는 "여기 와서 보니까 이름도 없고 사진도 없고 너무 안타깝다"며 "저도 한국에 온 지 10년 됐다. 여기서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데 동포들이 이렇게 돈 벌러 왔다가 (사고를 당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눈물을 보였다.

한국인 추모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눈물을 훔치던 40대 중반 여성은 "(희생자 중에) 아는 분은 없지만 사고가 난 곳이 남편이 근무하는 곳 근처더라"며 "저희 아버지도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위로하는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수원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검은 옷차림의 중년 여성 2명은 묵념했다. 이들은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다 목이 멘 목소리로 "그냥 마음이 아파서 왔다"고만 짧게 전했다.

시민단체 '생명안전시민넷' 소속이라는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와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송 신부는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며 "불법 파견 정황이라든지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철저하게 밝혀서 대한민국도 생명 우선 사회, 안전한 사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