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허위제보' 국정원 정보원, 무고 혐의 무죄…"무고 동기 빈약"
2명 연락처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 밀반입 조작한 혐의
사기·변호사법 위반·마약류관리법 위반 '징역 3년·6600만원 추징'
- 남해인 기자,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김민수 기자 =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허위 제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정보원에게 법원이 마약 밀수와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은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손 모(55)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기·변호사법 위반·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과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66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손 씨는 국정원 민간인 정보원으로 지내며 50대 남성 A 씨를 비롯한 두 명의 연락처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냈다. 이들에게 국제 우편으로 마약을 보내도록 해 밀반입 혐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 됐다.
손 씨의 제보로 A 씨는 지난해 5월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인천지검에서 구속기소 됐다. 손 씨가 무고 혐의로 기소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나머지 1명인 B 씨도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은 B 씨 사건을 수사하다 손 씨가 허위 제보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B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인천지검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손 씨가 필리핀에 있는 마약 판매상과 공모해 속칭 '던지기'를 한 다음 이를 제보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사실관계만으로는 손 씨가 피해자들을 무고할 만한 동기도 빈약하고 다른 동기도 발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 정보원이었던 손 씨의 범죄 첩보가 항상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신빙성은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일 뿐 피고인이 입수한 첩보의 진실성을 스스로 검증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무고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손 씨가 수사 무마 청탁을 대가로 지인으로부터 4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와 마약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에 등록된 정보원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마치 국정원 직원인 것처럼 수사기관을 기망하고 나아가 제삼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협상을 시도했으며 필로폰 수입·매매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마약 범행을 저질러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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